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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적임자 뽑을 수 있을까?

입력
2020.12.0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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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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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부 방침에 따라 모든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적용되면서 채용 시 지원자의 학교, 출신지역, 나이, 가족관계, 외모 등 차별적 요소가 배제되었다. 불필요한 스펙이 아닌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하면서 올바른 채용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30인 이상의 민간 및 공기업에 적용되면서 채용 관련 청탁이나 채용 시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수집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채용 공정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관은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뽑고 있을까? 지난 9월 한국바른채용인증원이 채용전문 면접관 2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채용의 효과성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85%가 '블라인드채용이 공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답변한 반면, '적합한 인재 확보에 기여했다'는 64%에 그쳤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선발된 인력이 과거에 비해 연구수행 능력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이전처럼 출신학교와 추천서를 적용하자는 논의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든다. 과연 출신학교와 추천서 없이는 직무수행 능력을 검증할 수 없을까? 공채 현장에 가보면 이런 의문점들이 조금씩 풀린다. 껍데기만 블라인드 채용인 곳이 허다하다. 특히 훈련되지 않은 면접관이 지원자 한 명당 약 5~7분여 만에 면접을 끝내는 관행은 여전하다.

답답한 블라인드 채용의 돌파구를 선진 사례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면접 때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굳이 따지지 않는다. 대신 지원자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 왔고 어떤 경력을 쌓아 왔으며 포지션에 어떻게 맞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아마존은 바레이저(Bar Raiser)라고 하는 독특한 사내 채용 면접관 제도를 운영한다. 채용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전 회장은 효과적인 면접 시간으로 한 명당 30분을 제시한 바 있다.

실질적 변화를 시도하는 공기업들도 눈에 띈다. 한국가스공사 감사실은 지난해 공기업 최초로 채용 적합성 감사를 실시하여 적합한 인재 채용을 위한 서류전형 강화, 면접관 자격관리, 채용KPI관리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에스알(SR),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은 채용전문 면접관 자격제도를 활용하여 검증된 사내 면접관을 투입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공정성에 대한 높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직무수행 능력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맥을 같이하기에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다만 절차는 공정했으나 적임자가 아니라면 결국 채용은 실패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서도 적합한 인재를 뽑으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2021년 채용을 계획하며 CEO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조지용 한국바른채용인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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