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됐다. KCGI는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이를 막아달라며 소를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가 제3자(산업은행)에게 임의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위법이란 논거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산은과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결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등 항공산업 구조조정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8,000억원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세계 7위의 대형 국적항공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합쳐진다.
이번 항공 빅딜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공멸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측면이 컸다. 항공업의 안보·경제적 특성과 국제선 여객이 95% 이상 급감한 셧다운 상황을 감안하면 회생의 물꼬를 튼 산은의 승부수와 법원의 결정은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번 빅딜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부실 회사 두 곳을 한 곳으로 합치는 것만으론 부실 규모만 키울 뿐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대주주가 먼저 희생하고 노사도 뼈를 깎는 경영 합리화에 동참해야 진정한 빅딜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구조조정 이후 독과점 심화가 항공료 인상 등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에겐 백기사 선물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겐 부실경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산은이 한진그룹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 막대한 국민 혈세가 더는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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