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3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이므로 자진 사퇴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무위원 인사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가진 국정 2인자로서 정 총리가 '추미애·윤석열 사태'를 정리하려고 칼을 뽑아든 것이다. 윤 총장 거취를 먼저 정리하고, 추 장관은 검찰 개혁 과제를 상당 부분 완수한 뒤 순차적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여권 핵심부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다. 여권에선 "추 장관의 시간도 많이 남은 건 아니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丁 "윤 총장, 리더십 상실" 文 "고민 많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주례 회동을 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정 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 총리가 '사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사실상 전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 총리의 말을 듣고 "고민이 많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자숙하고, 추 장관은 냉정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文 운신의 폭 넓히기? 윤 총장 사퇴 압박?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은 법으로 보장된 만큼,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면직할 순없다. 이에 정 총리는 '정치적 인사제청권'을 행사함으로써 문 대통령 '결단'의 운신의 폭을 넓혀 줬다. 여권 관계자는 "이달 2일 열리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 해임 처분이 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정 총리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징계위에서 감봉 이상의 징계가 결정되면, 문 대통령은 추 장관 제청을 받아 징계를 집행하게 된다.
정 총리는 일선 검사들이 추 장관에 거세게 저항하는 것과 관련해 "공직자의 신분을 망각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의견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윤석열·추미애 순차 퇴진' 시나리오 유력
다만 정 총리가 추 장관을 두둔한 것으로 볼 순 없다. 오히려 추 장관의 퇴진 또한 불가피하다는것이 정 총리의 생각으로 알려진다. 정 총리와 가까운 여권 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해결할 사안이 산적해있는데 추 장관의 강성 행보 때문에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이 (정 총리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연말 혹은 연초에 단행될 개각에서 추 장관 거취도 순차적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표 처리가 '검찰 개혁안' 완성 이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윤 총장 퇴진 등 가시적 검찰 개혁 성과가 나온 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사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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