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금요일은 이란에서 휴일이었다.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59)는 아내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 아브사르드를 찾았다. 아브사르드는 이란 부유층의 별장이 많은 곳이다.
오후 2시 즈음, 파크리자데가 탄 차량이 회전식 교차로에 들어서며 속도를 늦췄다. 그 순간, 기관총 소리가 인근을 진동했다. 총알이 빗발쳤다. 그의 차량은 방탄 처리가 돼 있었고 앞뒤로는 무장 경호원이 탄 차량 2대가 호위하고 있었음에도, 갑작스러운 테러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총알은 교차로에서 약 140m 떨어진 거리에 주차된 픽업트럭에 설치돼 있던 원격 조종 기관총에서 발사됐다. 파크리자데는 차량 밖으로 나와 피신하려 했지만, 끝내 총상을 당해 사망하고 말았다.
30일(현지시간) 이란 현지 언론과 외신이 재구성한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의 전말이다. 이는 파크리자데 일행을 사살하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기존 보도와는 다른 내용이다. '원격조종 기관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는 점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총격 이후 상황에 대해선 여러 보도 내용이 엇갈린다. 차량 밖으로 나온 파크리자데가 기관총에 여러 발 맞았다고도 하고, 오토바이와 차량을 탄 일당 12명이 빠르게 접근해 총을 쏘고 도주했다고도 했다. 파크리자데는 구조 헬기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기관총이 설치된 픽업트럭은 증거 인멸을 위해 자폭 장치로 폭파됐다.
또 한편에선 픽업트럭이 교차로에 멈춰 있다가 파크리자데의 차량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원격 장치로 폭파돼 차량 행렬을 멈췄고, 그 순간 괴한들이 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접근해 총을 난사, 파크리자데와 경호원을 사살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괴한들은 부상자 없이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러 당시 현장 부근 CCTV와 중계기 같은 통신 시설은 미리 끊어져 있었다. 그로 인해 구조 요청이 늦어졌고, 사건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자바드 모구이는 "이 테러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 같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파크리자데는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번 암살 사건으로 중동 지역에는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암살 직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그 배후로 지목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적절한 때에 보복을 강구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란 의회는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찰 중단을 요구했고, 정부 고위 관리는 핵 확산 방지 협정을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파크리자데 사망이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이란에 맞섰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파크리자데를 제거한 것은 중동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가 제기한 암살의 배후에 대해선 "모른다"고 일축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파크리자데의 시신은 시아파 성지인 곰에 있는 사원에 안치됐으며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 묘지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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