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공장, 조기축구 직원 확진에? '일시 가동 중지'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당구장 찾은 직원 탓에...
"방역 철저한 공장 덕에 지역감염 적었지만, 이젠..."
“자나 깨나 방역에 ‘올인’ 했는데…. 허탈감을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지난 29일과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LG화학 청주 오창공장 관계자의 넋두리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국내 최대 2차전지 생산라인을 갖춘 이 공장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 2월 노사공동 전담팀을 꾸려 방역에 온 힘을 쏟았지만 10개월 만에 무너진 것이다.
한 순간의 방심이 전 생산라인의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생산 현장 특성상, 이들의 방역은 전쟁에 가까웠다. 문고리는 물론 계단, 개인사물함까지 매일 소독하고 식당 테이블에는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 직원 간 대화는 금지됐다. 휴게실과 헬스장 등 사내 편의시설을 구경한 지도 반년이 넘었다. 공장 관계자는 “각고의 노력에도 확진자가 계속 나오자 직원들은 집단 공황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국내 산업 현장 곳곳이 멈춰서고 있다. 1, 2차 대유행은 특정 종교단체와 대규모 집회를 통해 전파된 탓에 당국이 방역 대상을 비교적 용이하게 특정해 대응할 수 있었지만, 일상 속으로 파고든 코로나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사업장 직원들의 잇따른 감염으로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업계는 비상이 걸렸고, 지역경제는 잔뜩 위축됐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근로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라인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30일 주간조가 일하는 1,2공장(서구)과 버스특수공장(광산구)이 가동을 일시 중단됐다. 이들 공장에서 29일과 30일 4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확진자들은 조기축구 모임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이날 조업이 중단됐는데, 당구장을 찾은 직원들의 확진이 빚은 결과였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제조동을 폐쇄했다. 이 공장은 30일 오전부터 가동 예정이던 냉장고 제조라인을 방역지침에 따라 12월 2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 공장 폐쇄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생산현장 방역은 철저하기로 익히 알려져 있다. 기본 3단계 발열 검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나 하나가 걸리면 우리 공장이 멈추고, 우리 공장이 멈추면 지역경제가 멈춘다’는 인식이 강했다. 울산의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차제적으로 상향 발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기업에선 현재 2.5단계가 적용, 10인 이상 회의, 대면 집합 교육과 송년회 등의 각종 행사가 금지되고 있다. 부서 간 이동 자제령도 내려진 상황이다. 경동도시가스와 대한유화, 고려아연, SK 울산콤플렉스, 에쓰오일 온산공장 등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한 공장 관계자는 “흡연장 위치는 물론, 이용 인원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청주 오창공장의 생산라인은 이날 가동이 중단되지는 않았다. 이틀간 연쇄 감염된 직원 6명이 모두 사무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사무직들이 근무하는 건물은 생산동과 멀리 떨어져 있어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데다 접촉자 수가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이 밀집한 울산의 경우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전 공정이 멈추는 등 대형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철저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각 공장들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지역감염자가 적었지만, 지역 감염자가 속출하니 사업장이 위협 받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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