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30일 오후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장에 헐레벌쩍 뛰어 들어왔다. 최 수석이 도착한 시간은 회의 예정 시간인 오후 2시 정각. 통상 비서실장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 5분 전에 도착해 있으면 경호상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대통령이 정시에 입장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날 최 수석이 관례보다 5분 지각하면서 대통령 입장도 그만큼 늦춰졌다. 회의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최 수석이 나타나지 않자 의전비서관실 직원들은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 수석은 이에 앞서 청와대 연풍문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을 만났다. 이들 의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 오고 있었다.
한 의원은 면담 자리에서 "(최 수석을) 금요일에 만나자고 했는데 75시간 만에 만나 주시나"라며 최 수석의 지각면담을 꼬집었다. 최 수석은 지난 27일 야당 의원들이 면담을 요청하자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거절한 뒤 29일 자신의 지역구 내 한 조기축구회에 참석, 축구를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날 야당 의원들은 최 수석을 향해 "우리가 조기축구회보다도 못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최 수석의 야당 의원 지각면담은 단 15분 만에 끝났다. 대통령 주재 회의 참석이 면담 조기 종료의 이유였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뒤로하고 헐레벌떡 회의장으로 향한 최 수석은 회의장에 도착해 마스크를 잡아당기며 숨을 골라야 했다.
최 수석이 자리에 앉자마자 문 대통령이 입장해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최 수석은 고개를 숙인 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전 직원에 대해 모임과 행사, 회식, 회의 등을 취소 또는 연기하도록 한 청와대의 방역지침을 어긴 데 대해 비판이 이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은 이날 회의을 마친 뒤 입장문을 통해 "정부 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습니다. 소홀함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신하겠습니다." 라고 밝혔다. 뒤늦은 지각 사과까지, 최 수석은 세 차례나 지각을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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