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4,400만명분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백신의 효과와 집단면역 형성 가능성을 감안한 ‘적정 물량’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발표했던 3,000만명분으로는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백신 확보에는 공급 물량, 예산 등 여러 제한 요소가 있는 만큼, 우선 확보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30일 의료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정부가 밝힌 3,000만명 접종분 백신 확보만으로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만한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의 효과 문제다.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에 이르고, 전 국민의 약 60%인 3,000만명이 접종했다고 가정할 경우 집단면역 형성 비율은 54% 정도다.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적어도 국민의 60~70%가 면역력을 갖춰야 한다던 정부와 전문가 설명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백신의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현재 거론되는 백신들은 접종 이후 효과를 확인하는 데 수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 6, 12개월간 모니터링을 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감염됐던 사람에게 생겼던 항체도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 같은 수의 사람에게 맞혀도 집단면역 형성 비율은 낮아진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 있다. 일단 양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무조건 옳다고 하기 힘들다.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수천억원대 예산을 낭비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여권이 제시한, 전 국민의 85% 정도에 해당하는 4,400만명 접종분은 그래서 나온 수치다. 이만큼 접종한다면 백신 효과가 80%에 머무르더라도 이론적으로 국민의 60~70%가 면역력을 갖춘다.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이만한 접종률은 과거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때도, 해마다 찾아오는 독감 때도 달성하지 못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효과가 90% 되는 백신이 10개월 이상 효과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코로나19 퇴치 수준까지 가려면 적어도 국민의 75~80%가 접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또 다른 부분은 ‘타이밍’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뒤처지지 않는 ‘적기에’ 접종을 해야 한다. 홍기종(건국대 교수)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얼마나 생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을 일단 시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 현황을 이르면 다음주 중 발표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플랫폼(바이러스 전달체, 유전자, 합성항원 등)별로 다양한 백신을 확보한 다음, 실제 접종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최대한 물량을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에 따라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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