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5·18 헬기사격' 유죄...전두환 이제라도 참회해야

입력
2020.12.01 04:30
27면
0 0
전두환씨가 30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두환씨가 30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30일 사자명예훼손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은 전씨가 출석한 이날 재판에서 1980년 5월에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전씨가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보인다.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출판해 비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계속 혐의를 부인하며 "성찰과 단 한마디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이날 법원 판단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다. 내용이 거의 유사한 2년 전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회고록 내용 중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 '헬기사격이 없었다'거나 전씨가 이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미 근거 없다고 판시했다. 조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회고록 내용 역시 명예훼손으로 보고 모두 7,000만원의 손해 배상이 선고됐다.

재판에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통해 사격 사실이 밝혀진 마당이니 법원의 판단은 지극히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이다. 당시 계엄사령부가 문서나 구두로 여러 차례 헬기 사격을 지시했고 지금도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사격 흔적이 남아 있다는 특조위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 국방부는 장관이 직접 나서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정부 조사와 재판 결과 등으로 이처럼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는데도 전씨는 회고록이 출간되고 3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사과는 물론 사실관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사재판에서 패소한 뒤 바로 항소를 했으므로 이번 형사 판결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 추징금 2,200억원을 내지 않으려고 잔꾀 부리는 모습 등 전씨처럼 일거수일투족이 공분의 대상인 전직 대통령도 드물 것이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민주화운동과 안타깝게 희생된 광주 시민을 거듭 욕보이는 처사에 다름 아님을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