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스코트 로고우스키의 '장난'
공공 장소에서 보게 된 기이한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예는 흔하다. 고발이나 계몽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프라이버시 등 타인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행위에 선행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는 의식하든 않든 끊임없이 주변을, 세상을, 기웃거리며 산다. 따라서 자신의 시선에 대한 예의와 책임도 의식해야 한다.
스콧 로고스키(Scott Rogowsky, 1984.12.4~)라는 미국 코미디언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인 2016년 사람들의 시선을 유인해 관찰하는 '장난'을 벌였다. 뉴욕 지하철에서 화들짝 놀랄 만한 제목의 책을 펼쳐 들곤 승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거였다. 실제로 출간된 책 표지를 패러디해 그가 직접 만든 책 표지 일부만 소개하면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모방한 '어린이를 위한 나의 투쟁(Mein Kampf: for Kids!)' '방귀를 참는 법(How to Hold a Fart In)' '초보자를 위한 인체 박제술' 'ISIS에게 처형되기 전 반드시 가봐야 할 1,000곳' '집과 사무실, 이동 중에 페니스를 키우는 101가지 방법' 등이었다. 아시안계 여성 앞에 앉아 '지하철에서 아시안 여성을 꼬시는 법'이란 제목의 책을 읽는 시늉도 했고, '당신 자녀를 비하하는 법(Slut Shaming Your Baby)'을 읽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멍청이를 살해한 뒤 은폐하는 법'이란 것도 있었다. 가짜 책이란 걸 알아챈 이는 거의 없었고, 장난을 눈치 챈 이도 물론 없었다.
승객들은 대부분 외면하는 척하며 웃거나 인상을 찌푸렸고, 휴대폰을 거울 삼아 화장을 고치는 척하며 은밀히 사진을 찍곤 했다. 트럼프의 책을 패러디한 '당신의 딸과 섹스하는 기술(Trump: The Art of Fucking Your Daughter)'을 읽던 그에게 드물게 한 라틴계 신사가 '어디서 구한 책이냐'고 묻고는 "이봐, 난 그자를 무척 혐오해"라고 쏘아붙인 건 무척 드문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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