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루 선장 없었으면 문 대통령도 없었을 것”
국가보훈처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작전’에서 피란민 1만4,000여명을 구한 미국인 레너드 라루 선장을 ‘12월의 6ㆍ25 전쟁 영웅’으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당시 라루 선장이 피란민을 구했던 7,600톤급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타고 있었다.
보훈처에 따르면 191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라루 선장은 35세에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이 됐다. 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상부의 군수물자 수송 명령에 따라 함경남도 흥남 부두로 항했다. 당시 국군과 유엔군은 38선을 넘어 북진했지만, 중공군의 개입과 매서운 추위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흥남에서 배편으로 철수하는 작전을 세웠다. 1950년 12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군인과 피란민, 군수물자를 선박을 통해 이남으로 철수하는 일명 ‘흥남 철수 작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철수를 원하는 군인과 피란민들을 모두 태우기에 선박 규모가 부족했다. 이에 라루 선장은 단 한 명의 피란민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정원이 60명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군수물자를 버리고 피란민을 승선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시 라루 선장이 태운 인원은 탑승 정원의 233배가 넘는 1만4,000여명이었다.
정원을 초과한 인원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6시간의 항해 끝에 12월 25일 경남 거제에 무사히 도착했다. 항해 중에 태어난 5명의 새 생명도 함께였다. 때문에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항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단일 선박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구조한 배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흥남 철수 작전은 문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문 대통령 부모도 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넘어온 피란민이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흥남 철수 3년 뒤인 1953년 1월 거제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2018년 이 배의 항해사였던 벌리 스미스씨가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스미스씨를 비롯해 시맨십(seamanship)을 가진 훌륭한 선원이 없었다면 나의 부모님이 거제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의장이었던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 당시 한국전 참전 기념비 근처 바닥에 설치된 라루 선장의 이름을 본 뒤 “이분이 없었다면 오늘의 문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955년 우리 정부로부터 을지무공훈장을 받은 라루 선장은 지난 2001년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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