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코로나19 방역지원 中에 재차 요청
양국 정상 통화, 금융 회의...수교 50주년 결속
EU, 중국에 맞설 새로운 동맹 美에 제안할 듯
中 매체, 美 입국과정서 공산당 가입 검사 비판
지난 8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유럽 5개국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첫 해외일정이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 등을 둘러싼 유럽연합(EU)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를 곱씹으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수십 조원의 ‘차이나 머니’로 경제협력에 불을 지피면서 유럽 정상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중국이 돌파구로 찾은 건 이탈리아다.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정상은 지난 4일 통화에서 전방위로 협력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11일 금융대화에서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양국의 경제회복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내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는다. G20에서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는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 중국은 이탈리아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양국은 일찌감치 2022년을 문화관광의 해로 정하고 교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우호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탈리아는 최근 “코로나19 방역부담이 가중된다”며 중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올해 초에 이어 두 번째다. 방역 물품을 실은 전용열차가 중국 시안을 출발해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했다. 유럽이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사업에서 중국 업체 참여를 배제하고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며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가세해왔지만 이탈리아는 대열에서 이탈한 셈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한 국가이기도 하다.
반면 EU와 중국은 사이가 계속 틀어져 왔다. 지난해 EU는 중국을 처음으로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 규정하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EU와 미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의 전략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내달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미국에 새로운 동맹을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이은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양측은 경제의존도를 더 높이기 위해 2014년부터 투자보호협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0일 “미국이 입국하는 중국 항공ㆍ해운 관련 인원에게 공산당 가입 여부를 캐묻고 선박을 검사하는 등 기습적으로 검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EU는 개의치 않고 미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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