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尹 사찰 논란으로 본 '세평' 논란
고위직 인사 근거 활용… 민간서도 수집
수집 가능 범위·절차 애매해 악용 가능성
"경찰이 독점하는 구조 바꿔야" 지적도
○○2차장의 처제, 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연로해 보이는 느낌...
대검찰청이 작성한 '재판부 분석' 문건의 내용 중
대검찰청이 주요 사건 재판부에 관한 세간의 평가(세평)를 정리한 문건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재판부 사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판 업무를 위해 이미 공개된 정보를 활용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게 대검 측 해명이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불법 사찰'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통상 고위공무원이나 민간기업 간부에 대한 인사 검증 때 업계의 평판을 조회하는 세평이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뚜렷한 기준 없이 활용하는 측의 의지에 따라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세평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작 청와대가 세평 조회를 가장 폭넓게 활용하고 있음에도, 유독 검찰의 세평 수집에만 엄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 세평 수집은 경찰이 독점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정부 고위직 인사 검증 과정에서는 업계나 주변인들의 평판을 조회하는 세평이 비중 있게 활용되고 있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 추천이 이뤄지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인물 검증 작업에 들어간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검증을 위해 경찰에 대상자 명단을 보내고, 경찰은 외근 정보경찰을 통해 인사 검증을 위한 세평을 수집한다. 경찰의 세평 수집은 대통령령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 고위직 인사 대상자들은 인사 검증에 앞서 '인사검증 동의서'에 서명하기도 한다.
과거 정부와 현재 정부의 차이점은 세평 수집의 주체다. 지난 정부까지는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함께 맡았지만, 현 정부 들어선 경찰만 세평을 수집한다. 정보경찰은 인사대상자의 동료 등을 상대로 세평을 수집하는데 △인사대상자의 업무능력에 대한 선후배 평가는 물론이고 △술버릇 유무 △개인적 성향 등 은밀한 부분까지 세평 보고서에 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룸살롱에 자주 가는지, 업계 관계자와의 만남이 잦은지도 포함된다고 한다. 한 경찰 간부는 "고위공무원의 사생활이 문란하면 안되기 때문에 주사가 심한지도 세평으로 수집하긴 한다"며 "하지만 이는 합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어서 당사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사찰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도 세평을 널리 활용한다. 특히 업계 평판을 중시하는 금융권에서 세평 수집이 활발하다. 대다수의 민간 금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세평이 양호한 자'를 자격 요건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한 금융사 고위임원은 "특히 경력직을 뽑을 때는 업무 능력 외에도 전 회사 동료 등을 상대로 모은 평판조회를 비중 있게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세평-사찰의 경계 모호한 경우도
문제는 세평 수집이 평판을 조회한다는 애초 취지와 다르게 특정 목적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ㆍ과장의 좌천성 인사도 '부정 세평'이 근거가 됐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별감찰반을 동원해 수집한 '부정 세평'을 수집했고, 이를 토대로 인사 불이익을 준 것이다.
업무와 관계없는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한다는 점에서 불법 사찰과 경계가 모호한 측면도 없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신입사원 선발 때 특정인을 합격시키려고 예정에 없던 세평을 실시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당시 금감원은 'A씨가 결혼 때문에 퇴사했다'는 동료직원 세평을 근거로 합격자를 떨어뜨렸다. 업무와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로 불이익을 준 셈인데, 이후 금감원은 아예 세평조회를 없앴다.
업무 관련 정보가 어디까지인지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문건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부분이 바로 '물의 야기 법관'이라고 적은 것이다. 법무부는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개인정보"라며 불법 사찰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평 수집에서도 절차와 수집 가능 범위 등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류광옥 변호사는 “검찰 등 전문가 집단이 수집하는 세평은 절차적 정의나 법률 구성요건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검찰 출신 정상환 변호사는 “불법 논란을 피하려면 누구나 수긍할 절차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수사기관인 경찰이 세평 수집을 독점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차제에 고위공무원의 세평 담당 기관을 인사혁신처로 옮겨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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