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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씀씀이 줄고 저축 늘었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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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씀씀이 줄고 저축 늘었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입력
2020.11.29 18:00
수정
2020.11.29 18:04
8면
0 0

가계저축률 20년 만에 10% 넘을 듯
코로나19 장기화 되면 소비 위축, 저성장 원인 될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우리나라 가계가 돈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됐다. 위기가 지속될 것을 걱정한 가계가 저축을 늘린 것이다.

늘어난 저축이 향후 대규모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위기가 장기화하면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저성장?저물가?저금리를 고착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계저축률 20년래 최고 수준 예상


우리나라 연간 가계순저축률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우리나라 연간 가계순저축률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한국은행 조사국 연구진은 한은이 29일 공개한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 가능성’을 통해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가계저축률이 10% 내외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6.0%)는 물론 최근 5년 평균(6.9%)도 상회하는 수치다. 연간 가계저축률이 10%를 넘었던 마지막 해는 1999년으로 무려 20년 만에 가장 높은 저축률이 예상되는 셈이다.

높은 저축률이 예상된 것은 올해 가계소득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소비는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대비 2% 내외로 증가하는 반면 민간소비는 3% 중반 정도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를 위해 정부가 대규모 이전소득을 가계에 지원했지만, 정작 가계는 코로나19로 제대로 소비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소비 부진에 시달린 해외 주요국도 높은 가계저축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으로 가계저축률을 집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월별, 유로존은 분기별로 저축률을 공개한다.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7.5%에서 올해 2분기 기준 25.7%, 유로존은 같은 기준으로 12.9%에서 24.6%까지 치솟았다.


예비적 저축 고착화하면 ‘장기 저성장’ 올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이 감소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은 비자발적 소비제약 등으로 인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이 감소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가계 저축률은 비자발적 소비제약 등으로 인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


감염병 확산세가 진정될 경우 거리 두기 강화 등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다시 살아나면서 저축률이 원래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소비가 회복세를 탄 3분기 들어 14.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가계저축률 상승폭 4%포인트 내외 가운데 비자발적 소비제약 영향은 2%대 초반으로 추정했다. 나머지는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가계가 자발적으로 저축을 늘린 ‘예비적 저축’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비적 저축은 경제위기 때마다 등장한다. 미래의 불안 때문에 소득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가계가 여윳돈을 만들어두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지난 2분기에 크게 늘었던 정부 지원도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고용과 가계소득 부진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저축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높은 저축률은 기업의 투자 재원을 늘려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업들마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서 높은 저축률은 우리 경제에 호재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높은 저축률이 고착화할 경우 가계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저축이 늘고 자금공급이 자금수요를 상회하는 가운데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요약되는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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