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범죄행위이자 인권 원칙 위반" 규탄
獨 "상황 심각하게 만드는 조치 삼가 달라"?
바이든 행정부 출범까지 확전 자제 한목소리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러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중동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국면이다. 이란에 우호적인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며 비난을 쏟아내는 가운데 서방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이잘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사건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 파크리자데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을 비난하면서, 이번 사건이 중동 지역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크다드 장관은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에게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이란이 '테러 행위'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도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파크리자데 암살을 비난했다. 다만 알사니 장관은 이란 정부와 국민에 위로를 전하면서도 이란 측의 자제를 호소했다.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확전을 피하자는 이야기다.
세계 각국은 이란에 적대 정책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고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 뜻을 밝힌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당사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유럽 대외관계청(EEAS)은 “아브사르드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이란 정부 관리 한 명과 민간인 몇 명이 살해됐다”며 “이는 범죄 행위이자 인권 존중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확실한 시기에 상황의 확대를 피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이 진정하고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일 외무부 역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파크리자데 암살은) 매우 무모한 범죄행위이며 치명적인 보복과 새로운 지역 분쟁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정부가 암살을 승인 또는 수행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국가가 배후에 있다면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이란에도 보복 대신 자제를 촉구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이란 지도자들은 책임감 있는 미국 지도부가 글로벌 무대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충동적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생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외교전문기자는 “이번 일로 바이든 당선인이 추구하는 이란 핵합의 복원이 무력화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의 보복 가능성은 낮게 봤다. 생어 기자는 “이란 지도자들은 정권의 유지가 최우선 목표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한 후 (바이든 행정부와) 제재 해제와 협상 회복을 노력해 왔다”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에도 이란은 미군 사상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미사일 공격만을 가했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책임있는 자들에게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란군의 특이 동향은 없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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