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95 마스크 "3억개 비축" 공언했지만
11월 말 현재 재고 물량 1억4200만개 불과
고질적 예산 부족과 공급망 붕괴가 원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하는 미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닥칠지 모른다는 경계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어하기 위해 필수적인 마스크는 물론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니트릴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 재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질적 예산 부족과 공급망 붕괴 탓이다.
미국 국가전략물자비축분(SNS) 중 감염병 대유행 대비 보급품 재고물량이 필요량에 훨씬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월 말 현재 SNS에는 수술용 가운 및 작업복 9,900만벌, 안면 보호구 1,600만개와 보호안경 700만개가 비축돼 있다고 28일 미국 공영 NPR방송이 미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마스크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겨울이 오기 전까지 N95(한국의 KF94 등급과 유사) 마스크 3억개를 비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재고 물량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억4,200만개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개인보호장비(PPE)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SNS에는 90일분의 물자가 비축돼 있어야 한다는 게 NPR방송의 설명이다. 미증유의 재난 상황에서 정부 측이 필요 수요를 과소평가했다는 일침도 나온다. 무료 PPE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 비영리단체 ‘겟어스PPE’의 시카 굽타 대표는 “미국 전역에서 PPE 수십억 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할 말은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이전 마스크 비축량이 2,400만개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6배 가까이 비축량을 늘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재고 확보로도 수요를 충족시키기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로버트 캐들렉 미 보건복지부 질병 준비 및 대응 담당 차관보는 NPR에 “우리는 많은 일을 성취했지만 전부를 완성하진 못했다”고 털어놨다.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미국이 단기간 내에 PPE 비축량을 늘릴 수 있을지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2020년 SNS 총 예산은 7억4,5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SNS 측이 요구했던 10억달러에서 감축된 수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SNS에 9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했지만 세계 각국이 앞다퉈 PPE 비축에 나선 상황에서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PPE 생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진이 착용하는 니트릴 장갑 수요량은 45억켤레에 달하지만 재고량은 2,200만켤레에 불과할뿐더러, 원자재 및 제조업체가 아시아권에 편중돼 미국이 신속하게 구매하기엔 어려움이 큰 실정이라고 NPR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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