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살처분 전북 정읍 농가 '망연자실'
"이제 뭘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해"
"코로나에다 고병원성 AI까지 뭔 날벼락인지 모르겠소."
29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시 소성면 육용 오리사육농장 초입에서 만난 농장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농장에서 진행 중인 당국의 살처분 처리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스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고병원 AI 발생 소식까지 겹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농장에선 지난 27일 오리 출하 전 검사에서 H5형 항원이 나왔고, 정밀검사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이 농장에서 키우던 1만9,000여마리 오리는 전날 예방 조치 차원에서 살처분됐다.
이날 오전부터 AI 발생 농가와 인접한 가금류 농장에선 예방적 살처분 작업이 한창이었다. 방역당국은 굴착기 등을 동원해 반경 3㎞ 이내 가금류 농장에서 기르던 오리와 닭 39만마리를 살처분했다. 방역에 나선 공무원들과 인부들은 농장 주변에서 남은 사료 등 살처분 잔여물을 치우거나 농장주변을 소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당국은 반경 10㎞를 방역대로 설정해 가금농장 68가구에 대해 30일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고, 정읍시내 전체 가금류 사육농장과 종사자에게 7일간 이동과 출입을 자제토록 했다.
농장 입구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마을 주민들은 "저 농장은 철저한 방역과 위생적인 가축사육으로 언론에도 여러번 나온 곳인데 AI가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코로나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AI까지 터져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읍시 샘고을시장 한 상인도 "코로나 땜에 사람이 갇혀 살았는데 이제는 AI 때문에 사람과 동물 모두 갇힌 신세가 됐다"며 "시장 사람들은 이제 뭘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사례는 있었지만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나온 것이라,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가 내려졌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되고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AI 항원이 계속 검출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철새도래지인 경기 천안시 봉강천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검출된 지 36일 만에 가금농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옴에 따라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수본은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데다 경기 강원 충남 제주지역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AI 항원이8건이 검출됨에 따라 전국 철새도래지와 하천 등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특히 전북의 철새도래지와 가금농장 인근 도로, 작은 저수지나 하천, 농장진입로 등에 소독 인력과 장비 등을 총동원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남도와 전북 고창군 등 정읍과 인접한 지자체들도 농장 진입로 등에 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공동 방제단을 운영하는 등 가금류 농장과 철새도래지, 소하천 등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펼쳤다. 전북도 관계자는 "AI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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