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발생했던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은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 강국' 자부심을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한 순간의 화재로 수십만 명의 통신이 한꺼번에 두절됐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망이 끊기면서 몇 주간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만약 통신구 내에서 이상징후가 발생하자마자 센서가 자동으로 작동해 화재를 진압했으면 어땠을까. KT가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냈다.
KT는 통신구와 공동구의 화재를 정확하고 빠르게 감시할 수 있는 'DTS 통합 화재수신기'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통신구는 통신회선이 지나다니는 지하 통로를, 공동구는 상하수도와 전화 케이블, 가스관 등이 함께 매설된 지하터널을 의미한다.
이번에 개발된 DTS 통합 화재수신기는 최대 5㎞ 광케이블이 넓게 묻혀 있는 지점의 온도 변화를 1m 간격으로 실시간 감지해내는 솔루션이다. 외부 환경에 따라 광케이블을 지나가는 빛의 세기가 미세하게 변화되는 물리적 현상으로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별도 전원 장치 없이 광케이블 자체를 센서로 사용하기 때문에, 스파크가 발생할 수 있는 송전선 주변이나 인화 가스가 가득해 센서 전원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모든 광케이블 구간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화재가 본격 확산되기 전에 이상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단점이 노출된 기존 '정온식 화재 감지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방식은 주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센서의 피복재가 녹고, 센서 내부 금속의 접합 여부로 화재를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하는 고온에 도달해야만 관리자가 이를 인지할 수 있고, 정확한 화재 발생 위치는 육안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DTS 통합 화재수신기는 사람 개입 없이도 온도와 발화지점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소방청이 올해 6월 행정예고한 '지하구 화재안전기준' 전부개정안에 부합한다.
KT 측은 "새 기술은 기존 방식에 비해 구축 비용이 낮고 유지보수 편의성은 우수하다"며 "통신구뿐 아니라 전기 스파크로 인한 화재 위험으로 전기 센서 설치가 곤란한 탄약고와 유류 저장소 등 국방 분야에도 꼭 필요한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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