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종료 앞두고 "산업 보호" 주장
유럽 철강업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유럽연합(EU) 당국에 반년 뒤 종료 예정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철강업계 수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최근 EU 집행위원회에 내년 6월 30일 종료될 철강 세이프가드를 산업 보호 차원에서 연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철강 덤핑과 미국의 철강 관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해 유럽 철강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EUROFER는 지난 3~10월 철강 생산이 17% 감소하고, 일시 실업 등 고용위기를 겪고 있는 종사자가 28%에 이르는 등 철강 경기 회복까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호소했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는 일정 수입 물량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선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앞서 EU 집행위는 미국이 2018년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 수출이 막힌 아시아 철강이 '풍선효과'로 유럽 시장에 몰려들 것을 우려해 26개 철강재 및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EUROFER 요구대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연장되면 국내 철강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한국이 EU로 수출한 철강은 2017년 320만톤, 2018년 340만톤에서 2019년 290만톤으로 감소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월 샤를 미셸(벨기에)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벨기에) 집행위원장과 화상 정상회담에서 "예정대로 철강 세이프가드를 내년 6월 해제해 자유무역체제 강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단 국내 철강업계는 세이프가드가 연장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내년 수출 및 사업전략을 준비할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철강협회로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대외무역법 232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연장을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EUROFER는 해상풍력 발전 확대로 철강 타워의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 급증한다고 우려하면서 고율의 탄소국경조정세 도입도 요청했다.
탄소국경조정세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환경규제 준수에 따른 수입 철강과 유럽 내 생산 철강의 가격 차이를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통해 상쇄해야 한다는 게 EUROFER 주장이다. 무역협회는 "EU 집행위 역시 탄소세 대상으로 철강 산업을 포함하는 걸 시사하고 있다"며 "다만 철강 수요 업계도 고려해 세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EU 집행위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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