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재팬' 이후 수입맥주 흔들리자
개성 강한 수제맥주 인기 급상승
홈술 트렌드와 취향 확실한 2030 겨냥 성공
편의점 업계에서 특정 상품의 매출 안정권을 판단하는 기준은 해당 상품군 내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을 때다. "마의 10%를 뚫었다"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이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국산 수제맥주가 이 10% 장벽을 넘어섰다. 편의점 맥주 시장은 수입맥주,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 맥주가 점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불매 운동을 계기로 일본 맥주가 외면받기 시작하자 그 틈새를 국산 수제맥주가 파고들면서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29일 CU에 따르면 28일 기준으로 수제맥주 매출 비중이 국산맥주 매출의 10%를 돌파했다. 수제맥주가 편의점에 등장한 지 3년 만에 매출 비중 두 자릿수 달성에 성공했다.
그 동안 편의점 맥주 시장은 사실 수입맥주 천하였다. 2017년 수입맥주가 처음으로 국산맥주 매출을 넘어섰고 비중이 최대 60%까지 치솟았다. 40% 안팎이었던 국산맥주 매출에서 수제맥주 비중은 1.9%에 그쳤다. 변화는 일본 불매운동이 퍼진 지난해 시작됐다. 일본맥주 판매량 급감으로 수입맥주 성장세 역시 꺾였다.
맥주 수요는 수제맥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실제 CU에선 '노재팬' 여파가 퍼지기 시작하던 지난해 7월 수제맥주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 지난해 말 매출이 전년보다 241.5% 뛰었다. 지난달엔 수제맥주인 말표 흑맥주가 오비맥주, 칭다오맥주 등 기존 대형 제조사 상품과 수입맥주를 제치고 맥주 매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제맥주 강세 배경엔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맥주 맛과 향이 분명한 젊은층이 천편일률적인 대형 제조사 맥주보다 특색이 강한 소규모 브루어리의 수제맥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더불어 테라, 카스 등과 같은 대형 제조사 맥주는 소주와 섞어 마시는 소맥 폭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했는데, 코로나19로 폭탄주를 마시는 회식이나 모임이 줄어들었다. 술도 집에서 혼자 음미하거나 가까운 지인들과 집에서 만나는 홈술, 홈파티 문화가 확산하면서 수제맥주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대기업 맥주보다 수제맥주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CU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산맥주 중 대형 제조사 맥주 매출의 전년 동기 대비 신장률은 26.5%인 반면, 국산 수제맥주는 546%에 달했다. 전체 맥주 매출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까지 올라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생산 공장 대부분이 내년에 증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만큼 수요 확산세가 확인된 것으로 내년에는 수제맥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수제맥주 물량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한정 생산에도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며 화제가 된 CU의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를 비롯해 세븐일레븐의 골뱅이 맥주, GS25의 광화문, 경복궁 등 개성 있는 제품들이 앞다퉈 출시되는 추세다. 이승택 BGF리테일 음용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수입맥주에서 이탈한 편맥(편의점+맥주)족들이 수제맥주로 몰리면서 국내 브루어리들의 고품질 수제맥주에 편의점의 기획력과 노하우를 접목해 재미있는 콘셉트로 상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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