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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건에 왜 기재됐나"... '물의야기 법관' 등장에 동요하는 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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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문건에 왜 기재됐나"... '물의야기 법관' 등장에 동요하는 판사들

입력
2020.11.29 12:20
수정
2020.11.29 15:3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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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떠나 검찰의 낮은 인권감수성에 놀라"
"사법농단 수사자료, 악용됐을 가능성 배제 못해"
내달 7일 법관대표회의서 안건 상정될 수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징계청구ㆍ직무배제 명령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최근 논란의 핵심인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지난 26일 전격 공개하면서 법원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주요 특수ㆍ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이라는 제목의 검찰 내부 보고서에 대한 법원 내부의 대체적 시각은 “‘물의야기 법관’ 기재 경위의 명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까지 주시해야 한다"는 쪽이다. “사찰로 보기엔 내용이 허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검찰 해명대로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는 견해가 더 많다는 얘기다.

해당 보고서와 관련, 일선 판사들은 위법성 여부를 떠나 ‘검찰의 낮은 인권감수성’을 지적한다. 지방법원에 근무 중인 한 판사는 “사찰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며 “사찰은 추 장관의 프레임일 뿐이며, 인권감수성이나 헌법적 가치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권을 가진, 인권의 가장 첨예한 전선에 있는 검사들이 증거 외에 ‘세평’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조차 모르는 정보를 수집ㆍ보관하고 정식 보고체계를 통해 공유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물의야기 법관’ 기재 배경에 관한 검찰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는 지난 25일 “사법농단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배석판사가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지적해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리마인드 차원에서 썼고, 재판 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어 참고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사법농단 재판의 공소유지를 총괄하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특별공판1팀장)도 28일 “대검은 물론, 어떤 다른 부서에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법관들의 인사 자료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더 엄격히 관리해 왔다”고 밝혔다.

'재판부 분석' 문건 중 일부

<세평>재판에서 존재감 없음.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
(15. 휴직당일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

그러나 판사들은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했던 법관 인사평정 자료를 활용한 게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의야기 법관’ 부분과 관련한 민감한 반응의 이유는 사법농단 사건이라는 ‘아픈 기억’ 때문이다. 세 차례에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검찰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 사실상 이 사건을 검찰의 손에 맡겼다. 판사들 사이에선 “건수를 잡은 검찰이 법원을 흔들 것” “검찰이 압수수색한 (법원행정처의) 인사평정 자료를 어떻게든 악용할 것” 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그때만 해도 근거 없는 두려움이었는데, 이제는 합리적 의심이 됐다”며 “검찰 수사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어느 단계에서 퍼져나갔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도 “인사평정 자료는 당사자도 모르는 비공개 자료인 데다, 사법농단 수사의 기억까지 더해져 판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법부 내에선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안건에 상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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