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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에 총 들고 입성하는 美하원 당선인...총기 자유의 나라 요지경

입력
2020.11.29 14: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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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하원의원 당선인, 의회 경찰에 총기 문의
의원은 회의장 주변 아니면?총기 지닐 수 있어
수정헌법 2조 총기 권리 규제 두고 끝없는 대립

2018년 2월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드러눕기' 퍼포먼스를 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같은 달 14일 미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이 희생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18년 2월 1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드러눕기' 퍼포먼스를 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같은 달 14일 미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이 희생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심장부인 국회의사당에 총을 갖고 들어가는 건 가능한 일일까. 정답은?

일반인이라면 시도만으로도 체포되겠지만 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의사당 회의장과 그 인근은 안 되지만 의사당 경내는 물론 의원 사무실까지 총을 가져갈 수 있다. 총기 휴대 자유의 나라 미국다운 규정이다.

미 AP통신은 최근 콜로라도주(州) 3지역구 공화당 초선 하원의원 당선인 로렌 뵈버트가 의회 경찰 측에 의사당 경내 총기 휴대 문제를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뵈버트 당선인은 지난 3일 실시된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 1월 6일 117대 의회가 개원하면 2년 임기가 시작된다.

올해 33세인 뵈버트 당선인은 네 아이의 엄마이자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특히 콜로라도 라이플(Rifle)에서 ‘슈터스 그릴(Shooters Grill)’, 이름 그대로 ‘총잡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허리에 총을 차고 음식 서비스를 하고, 뵈버트 당선인도 글록 소총을 찬 사진과 총기 옹호 발언으로 극우 진영에서 각광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전사’라고 부를 정도였다. 당연히 총기 규제 반대론자다. 의회에 총을 가져가겠다는 문의도 그의 입장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뵈버트 당선인의 총기 휴대 요청 결과는 어떻게 될까. AP에 따르면 1967년 의회 경찰 위원회가 만든 규정 상 '연방이나 워싱턴 법으로도 의원들이 의회 사무실에서 총기를 갖고 있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고 AP는 전했다. 또 총알을 장전하지 않았고, 보이지 않게 감싸기만 한다면 의사당 경내에서 보좌진이 의원의 총기를 옮기는 일도 가능하다.

뵈버트 당선인이 총을 찬 채 의사당을 드나들 첫 의원은 아니다. 2018년 하원 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 경찰 측에 총기를 휴대하는 의원 숫자를 물었지만 답을 듣지는 못했다. 당시 의회 내 총기 규제를 추진했으나 동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는 재러드 허프만 민주당 하원의원은 AP에 “의원들은 장전된 AK47 소총을 갖고 자기 (의회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있고 누구도 그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뵈버트 당선인은 “총기 휴대라는 우리의 헌법적 권리는 이런 근본적인 원칙이 적용 안 되는 장소에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은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돼 있다. 미국 건국 직후 연방정부 견제와 각 주의 자율권 보장 차원에서 제정된 조항이다. 식민지 독립전쟁 전통과 서부 개척 역사를 거치면서 미국인의 총기 보유ㆍ사용 권리는 굳어져왔다. 끊이지 않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될 때마다 총기 규제 여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지만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여러 차례 총기 규제를 시도했던 만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총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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