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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중고생이 노인 간병 '영 케어러'... 스트레스 토로, 사회적 지원 시급

입력
2020.11.29 11:50
수정
2020.11.29 13:4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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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전원 대상 학업과 간병 병행 여부 조사
"고민 말할 상대 없어" 25%·"매일 간병" 35%
2023년까지 상담창구·?지원 인력 확충 목표

사이타마현에서 학업과 가족 간병을 병행하고 있는 '영 케어러' 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만화. 사이타마현청 홈페이지 캡처

사이타마현에서 학업과 가족 간병을 병행하고 있는 '영 케어러' 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만화. 사이타마현청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는 '영 케어러(Young Carer)'라는 말이 있다.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가족을 간호하거나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이들을 이른다. 고령자의 간병이나 돌봄과 관련해서 배우자나 자식 세대의 부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생계로 바쁠 경우에는 10대들이 간병 책임을 떠맡으며 가사를 돌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이상 간병과 돌봄이 어른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0대가 간병에 나서는 배경에는 저출산과 고령화, 한부모가정의 증가 등이 있다. 그러나 부담이 과도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학업과 진학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정신적으로 고립될 우려가 크다. 한국에선 영 케어러라는 말이 자주 쓰이지 않지만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타마현은 25일 이와 관련한 유의미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9월 현내 고등학교 2학년생 전원(5만5,772명)을 대상으로 가족 돌봄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응답한 4만8,261명 중 1,969명(4.1%)이 자신을 학교에 다니면서 가족을 간병하거나 돌보고 있는 영 케어러라고 밝혔다. 고2 학생 25명 중 1명꼴로, 학급 당 1명이 간병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들의 35.3%는 매일 가족을 간병 또는 돌보고 있다고 답했다. 간병을 시작한 시기로는 중학생 때가 34.9%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4~6학년(20.1%), 고등학생(19.5%) 순이었다. 간병 대상은 조부모·증조부모(36.9%), 어머니(24.0%), 형제·자매(22.5%), 아버지(11.1%) 순이었다. 간병을 맡게 된 이유로는 "부모가 일로 바쁘다(29.7%)"가 가장 많았고, "부모의 질병 등(20.7%)"이 뒤를 이었다.

학교 생활 영향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에는 41.9%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고독함을 느낀다"(19.1%), "스트레스를 느낀다"(17.4%),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다"(10.2%)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수 답변이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진로를 고민할 여유가 없다" 등의 고민도 있었다. 간병 등으로 인한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복수 응답)로는 어머니(62.4%), 친구(37.5%), 아버지(33.7%) 등 친구와 가족을 꼽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담임선생님(3.0%)와 상담사(1.0%)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사람(4.9%)보다 적었다. "고민이나 불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자도 25.4%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로 간병을 담당하고 있는 10대들의 고충을 경감하고 고립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담은 물론 학습·식사 지원 등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사이타마현은 26일 2021~2023년도 지원 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간병 부담이 있는 10대들을 위한 교육·복지 관계자들의 합동 연수를 실시하고, 상담창구를 현재 26곳에서 63곳으로 확충키로 했다. 지역포괄지원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담 대응 훈련을 실시해 지원 인력을 3,000명까지 육성하기로 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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