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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앓는 저도 태극마크 달았어요… 여러분도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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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앓는 저도 태극마크 달았어요… 여러분도 가능해요

입력
2020.11.30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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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장애인직장운동부의 실험]
도쿄 패럴림픽 준비하는 서울시팀 원석법 선수

보치아 종목 국가대표인 원석법 선수가 한 경기장에서 하얀색 표적구에 가까이 공을 던지고 있다. 서울시 제공

보치아 종목 국가대표인 원석법 선수가 한 경기장에서 하얀색 표적구에 가까이 공을 던지고 있다. 서울시 제공


“근육병을 앓는 저도 뒤늦게 운동을 시작해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자신감을 갖고 희망을 품으면 다른 장애인분들도 그간 몰랐던 자신의 숨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어요.”

내년 일본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보치아 종목 국가대표인 원석법(21)씨는 “보치아를 한 뒤, 비로소 내 삶도 가치가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이천시 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국가대표 합숙훈련 중인 그는 29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병세가 점점 나빠져 꿈도 희망도 없었던 때와 비교하면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며 웃었다.

원씨는 골격근이 점차 위축, 약화하는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네 살 때 그 사실을 처음 알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걸을 수 없게 됐다. 휠체어를 타야 했던 원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국립특수교육기관인 우진학교에 진학, 거기서 보치아를 알게 됐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특수 구기종목으로 컬링과 비슷하다. 공을 하얀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보낸 선수가 얻은 점수를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275g 가죽공을 던지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2013년 체육선생님 권유로 시작한 뒤 한 달 만에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1등을 했고, 재미 있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근육병 탓에 매번 나빠지기만 했던 원씨의 인생에서, 뭔가 발전시키고 도전해 볼 만한 특기를 찾은 것이다.

원씨는 보치아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던 2016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인전에서 1위, 2인1조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 개인전 3위를 포함해 3년간 16개 국내ㆍ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지난 10월 서울시청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 소속 보치아팀에 선발된 원석법 선수. 서울시 제공

지난 10월 서울시청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 소속 보치아팀에 선발된 원석법 선수. 서울시 제공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육관이 폐쇄되는 상황에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씨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훈련장이 문 닫았을 때는 공원 주차장에서 10m 떨어진 곳까지 공을 정확히 굴리는 연습을 매일 했다”고 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보치아를 향한 원씨의 열정은 최근 그에게 든든한 발판을 마련해 줬다. 지난달 2명의 선수를 뽑는 서울시 장애인직장운동경기부 소속 보치아팀에 선발돼, 경제적 부담을 덜고 훈련ㆍ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연봉은 물론 훈련장, 훈련장비, 대회 참가비 등을 지원한다.

원씨는 “보치아 강국인 한국의 국가대표가 된 만큼 내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라며 “저와 같은 병을 앓거나, 다른 장애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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