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확진자 204명 나온 날 대구는 0명
병원 못가고 죽는 상황 겪으며 시민들 경각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명을 넘나드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3차 대유행'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이 경각에 달린 서울 상황과 달리, 올해 초 '출장금지' '택배금지' 딱지까지 붙으며 코로나의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대구가 이제는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29일 대구시청 등 집계에 따르면 국내 지역감염 525명, 해외 44명 등 총 569명의 확진자가 나온 27일 대구의 신규 확진자는 '0명'이었다.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서울은 204명이었다. 28일 대구 확진자는 1명, 29일은 3명(2명은 해외 유입)이었다.
17대 시도 중 유일하게 확진자 전무
2월 29일 하루에만 741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던 대구는 가장 먼저 공중보건의료의 궤멸 상태를 경험했다. 병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채 숨지는 사례도 잇따랐다. 당시 고통을 뼈에 새긴 대구시민들은 일찌감치 방역 경각심을 높였고, 철저한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했다. 사태 초반의 혹독한 학습효과는 '생활백신'이 됐다.
대구시민 상당수는 2월 이후 대중목욕탕과 담을 쌓았다. 환기가 잘 되지 않고,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탈의실은 코로나19 취약지대다. 대구시민 정모(55)씨는 “뜨거운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며 몸을 풀고 싶지만 탈의실이 가장 위험하다는 방역당국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며 “나와 가족, 이웃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참기로 했다”고 말했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5월쯤부터 하나 둘 다시 문을 열었지만 태반이 개점휴업이다. 정상운영 하는 곳도 운동기구를 하나 걸러 하나씩만 플러그를 꽂아 두고 있다.
"마스크는 최고 백신" 실천
27일 낮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한 음식점. 인근 관공서와 기업체 근무자들로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하지만 식당 손님들의 식사 모습은 지난해와 사뭇 달랐다.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적었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배모(57)씨는 “지난 봄에는 정말 다 죽는 줄 알았는데,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이렇게 살아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단 마스크를 잘 쓰는 게 최고의 백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마스크는 필수고, 백화점 주차장에 진입할 때도 마스크 상태로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일상이다. 금요일인 27일 저녁 대구 번화가인 동성로 일대는 많은 인파로 붐볐지만, ‘노마스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사무실에서는 단 둘 만 있어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점심시간 관공서에선 다수의 직원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구내식당을 많이 이용한다. 만약을 대비해 서랍과 가방엔 비상용 마스크를 한두 개는 꼭 챙겨 둔다.
8월 말 터진 대구 동충하초 설명회발 집단감염 사태 때, 참석자 27명중 26명이 감염됐지만 60대 남성 1명은 마스크 덕분에 무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시민들의 마스크에 대한 믿음은 한층 강해졌다. 이 남성은 '대프리카'의 무더위 속에서도 KF94마스크를 한시도 벗지 않았다. 다과나 음료도 입에 대지 않았다.
다만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서울의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언제까지 대구만 코로나 안전지대를 유지할 수 있을 지 걱정도 많다. 업무상 서울 출장이 잦은 대구시민 백모(54)씨는 “1주일에도 몇 차례 서울을 오가는데, 대구와 달리 서울에서는 턱스크족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서울 상황에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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