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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분유캄프’ 정조국 “가족이 내 에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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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는 ‘분유캄프’ 정조국 “가족이 내 에너지였다”

입력
2020.11.27 16:43
수정
2020.11.27 17: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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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즌 끝으로 현역 생활 마무리…"지도자 준비"

'분유캄프' 정조국이 2020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사진은 정조국(왼쪽)이 지난 2016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아들 태하군과 트로피를 살피는 모습. 연합뉴스

'분유캄프' 정조국이 2020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사진은 정조국(왼쪽)이 지난 2016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아들 태하군과 트로피를 살피는 모습. 연합뉴스


자녀가 생긴 뒤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분유캄프(분유 값 잘 버는 베르캄프)’로 불렸던 K리그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36)은 요즘 직접 분유를 타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소속팀 제주가 K리그2(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승격을 확정한 뒤 꿀 같은 휴식을 취할 법하지만, 축구와는 다른 차원의 체력이 필요하다 보니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어느 해 겨울보다 마음은 홀가분하다. 10세가 된 큰아들 태하, 3세 딸 윤하, 지난해 태어난 막내 아들 재하와 이젠 더 길고, 깊게 교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조국이 현역 생활을 접고 당분간 ‘아빠 정조국’으로 살아간다. 정조국은 27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며 “가족들은 물론 남기일 제주 감독님과도 오랜 시간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은퇴 배경을 묻자 그는 “은퇴 계획은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면서 “체력 등 몸 상태는 아직 자신 있을 정도로 좋지만, (이)동국이 형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힘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지도자 수업에 돌입할 생각이다.

정조국이 FC서울 소속이던 지난 2010년 대구FC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정조국이 FC서울 소속이던 지난 2010년 대구FC와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2003년 FC서울 전신인 안양LG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정조국은 성실함과 긍정적인 태도로 17년 간의 프로 생활을 이어왔다. 데뷔 첫해 1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른 그는 2015년까지 군 복무를 위해 경찰청 축구단에서 뛴 두 시즌(2013, 2014시즌)을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 간판 공격수로 뛰었다. 미사일처럼 빠르고 파괴력 있는 슈팅 능력을 장착한 그에게 ‘패트리어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제대 후 서울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2016년 시민구단 광주로 이적했다.

이곳에서 남기일 감독을 만난 그는 그해 31경기에 출전해 무려 20골 1도움을 기록, 데뷔 첫 득점왕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서른을 넘겨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에게 축구 팬들은 ‘분유캄프’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이후 강원에서 세 시즌을 뛰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한 그는 올해 남기일 감독의 부름을 다시 받고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K리그2 무대를 밟은 그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 가며 팀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에 힘을 보탰다.

2016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정조국(오른쪽)과 아내 김성은(왼쪽)씨. 연합뉴스

2016년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정조국(오른쪽)과 아내 김성은(왼쪽)씨. 연합뉴스


정조국은 “현역 생활을 이어오는 데 가족이 큰 힘이 됐다”며 아내이자 배우인 김성은(37)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가족은 내가 경기장에서 숨 쉬는 이유이기도 했다”며 “내 에너지이자 동기부여가 된 것도 가족이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몰두하게 된 육아를 통해 심리적으로 큰 안정과 행복을 얻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누구보다 은퇴를 아쉬워하지만, 내가 육아에 큰 도움은 안 돼도 그 동안 아내를 못 도왔던 걸 만회하려 한다”며 웃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을 꼽았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던 그는 대신고에 재학 중이던 2002년 거스 히딩크(42) 감독의 부름을 받아 월드컵대표팀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또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2007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도 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는 국가대표와 인연이 끊겼다. 정조국은 “부상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된 경우도 있었지만, 나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K리그에서 우승도 해보고, 개인상도 많이 받아 감사한 게 더 많다”고 했다.

정조국이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남기일 감독과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정조국이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남기일 감독과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제 그는 지도자로서의 새 출발을 할 계획이다. 정조국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니 경쟁력 있는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며 “맨땅에 헤딩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도 쌓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 남기일 제주 감독을 비롯해 정정용, 박진섭, 전경준, 설기현 등 40~50대 젊은 감독들의 활약은 자극이 됐다. 그는 “이제 운동만 잘 가르쳐서는 안된다. 선수들의 심리와 체력상태까지 잘 관리해야 하는 지도자가 요구되는 시대다”라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30일 열리는 K리그2 대상 시상식에서 17시즌 동안 392경기에 출전, 121골 29도움을 기록한 그에게 공로상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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