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승리 확정 이후 북한이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쌓았던 친분 관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게 국가정보원의 분석이다.
"北, 바이든 당선 후 불안감 고조"
국정원은 27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근의 대북 동향을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매체들은 미국 대선 이후 과거 10일 이내에 결과를 보도했지만, 바이든 당선인 소식은 이날까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최근 해외 공관에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대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파악됐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날 회의 이후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얘기 한다"면서 "반면 바이든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언급하는 등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보이고 있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환율상 처형한 김정은…코로나 공포에 비이성적 대응도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 올해 '3중고' 때문에 처한 경제난에 김 위원장이 비합리적 대응을 지시하는 동향도 파악됐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 환율 급락을 이유로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비공개 처형했고, 지난 8월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물자반입금지령을 어긴 핵심 간부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오염을 우려해 어로와 소금생산까지 중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북한이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와 공포로 인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대응을 한다는 게 국정원 판단"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외부에서 물품이 들어온 징후가 있으면, 해당 지역을 즉시 봉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화 밀반입 유통이 적발된 양강도 혜산(11월1일)과 함경북도 나선(11월5일), 평안남도 남포(11월6일)와 조미료를 밀수입한 자강도(11월21일)가 차례로 봉쇄됐고, 평양도 강력한 출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국정원은 전했다.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북중 교역규모는 지난 1∼10월 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게 국정원 판단이다. 특히 중국에서의 물자 반입이 끊겨 원자재 설비 도입이 중단돼, 산업가동률이 김 위원장 집권 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설탕과 조미료 등 식료품 값도 올해 초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봉쇄정책은 당분간 것으로 유지될 것으로 국정원은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중으로 예상됐던 8차 당대회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당장 참가자 선발 회의와 군중시위 같은 행사 등이 방역문제로 지연되거나 일시 중단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당초 8차 당 대회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대미·대남 전략 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게 국정원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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