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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해임으로 끝이 아니다

입력
2020.11.27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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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운 검찰총장 징계 사유??
권력 겨냥했다 잘린 채동욱 사태 연상?
불편한 칼을 바꿔도 비리는 못 덮는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자 일선 고검장들부터 평검사에, 일반 사무직까지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하며 항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가운데,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사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내달 2일 개최한다.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하자 일선 고검장들부터 평검사에, 일반 사무직까지 추 장관에게 재고를 요청하며 항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가운데,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심사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내달 2일 개최한다.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발표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6가지 징계 사유 전부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특히 정치적 중립을 훼손시켰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는데, 윤 총장이 한 말은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생각해 보겠다”는 너무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정치의 정자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대권후보 1위 등 각종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묵인ㆍ방조했다’는 혐의는 음해에 가깝다. 윤 총장은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빼 달라’고 요구했다. 언론사와 여론조사 기관이 그 요구를 무시했을 뿐이다.

궁금해서 역대 검찰총장 5명에게 작금의 상황을 물어봤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을 우려한 원로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일부는 히틀러와 유신독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우려했다. 전국에서 열린 평검사 회의나 일선 고검장 및 지검장의 반발 또한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대한 우려의 표시일 것이다. 흔치 않게 2년 임기를 마친 어떤 역대 총장은 “고등학생 체급의 이종격투기(UFC)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을 제압하려는 추미애의 싸움 기술이 그만큼 유치하다는 의미다.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해 추미애가 무리수를 둔다는 건 검찰 식구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살아 있는 권력 눈치도 보지 말라”는 대통령 지침을 따랐다가 도리어 총장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는 게 저잣거리의 평가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시작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사기, 최근의 월성1호기 원전 폐쇄 관련 사건까지 모두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권력 의지와 달리 수사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잘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게 장삼이사의 생각이다.

정황상 윤석열 찍어내기가 추미애 단독 플레이는 아닌 것 같다. 직무배제 조치를 청와대에 사전 보고했다니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으며 당정청의 조율된 역할 분담에 충실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세평에 불과한) 재판부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고 정치권에서 ‘충격적 범죄’로 프레임을 만들면 여론전도 불리할 게 없다는 계산을 이미 마쳤을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 10명 중 6명이 검찰총장 직무정지 조치를 부정적으로 보지만 38.8%는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0%로 추정되는 문재인 정부 지지층 비율과 대체로 일치했다. 윤석열 찍어내기로 지지층 결집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법무부는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 해임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 해임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권력에 협조하지 않는 불편한 칼을 순한 칼로 대체할 수야 있겠지만 칼끝이 겨냥하던 비리까지 덮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을 찍어내며 수사를 방해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이 딱 그랬다. 추미애 당시 야당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나오겠느냐”고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장으로 좌천의 수모까지 겪었던 윤석열 검사가 정권이 바뀐 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해서 두 명의 국정원장을 추가로 구속하는 등 사건을 뿌리까지 파헤쳤다.

이제 국민은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사기와 원전 폐쇄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수사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면서 7년 전 어떤 야당 의원이 던졌던 그 의심의 시선으로.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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