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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없는' 상사·업무 스트레스, 30대를 자살로 내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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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없는' 상사·업무 스트레스, 30대를 자살로 내몬다

입력
2020.11.27 16: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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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심리부검... 연령대별 자살 요인 분석
20대 대인관계, 40대는 경제·정신적 문제
자살사망자 90%가 석 달 전부터 경고 신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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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건설업에 뛰어든 40대 남성 A씨. 한 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운영자금이 불어나더니 어느새 수십억원의 빚을 졌고, 직원들 월급마저 밀리기 시작했다. 여기다 동업자와 갈등까지 겹치며 심리적 압박과 좌절감에 시달렸다. 잠은 하루 4시간을 넘기지 못했고, 그나마도 식은땀을 흘리며 깨기 일쑤였다. 어느덧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더니, 어느날 평소처럼 출근길에 나선 A씨는 연락이 끊겼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대는 대인관계, 30대 직장문제, 5060은 가족 관계 ... 세대별 고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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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7일 중앙심리부검센터와 함께 ‘2020년 심리부검면담 결과보고회’를 열고 2015~2019년간 자살 사망자의 유족 683명에 대한 면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들 유족은 경찰 등에게 공식적으로 심리부검을 의뢰하거나, 면담을 요청한 이들이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자살 위험 요인을 82가지로 정리하고, 생애 주기에 따른 연령대별 자살 경로 유형을 제시했다.

A씨 같은 40대 남성의 경우 사업부진이나 주식실패, 부채발생 등 경제적 어려움에 이어 이로 인한 대인관계 갈등, 직업적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주요한 자살 경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여성은 남성과 조금 달랐다. 40대 남성이 경제적 문제로 고심한다면, 40대 여성은 우울장애 등 정신건강문제가 발생한 뒤 심리·정서적으로 고립되면서 문제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대인관계의 어려움, 부적응 등 관계 문제의 악순환이, 30대는 구직과 취직, 그 뒤 업무 스트레스나 직장에서의 대인관계 문제 등 ‘직장에서 끝나지 않는 직장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60대는 부부 관계에서 비롯된 문제, 70대 이상은 신체질환에 따른 고통과 우울이 주요한 ‘자살에 이르는 길’로 제시됐다.


석 달 전부터 자살 경고 보낸다 ... 대응이 중요


자살 경고 신호 유무 및 주변인의 인지(5개년 누적). 보건복지부 제공

자살 경고 신호 유무 및 주변인의 인지(5개년 누적). 보건복지부 제공


무엇보다 주의해서 볼 점은 자살사망자 566명 중 93.5%(529명)가 자살을 실행하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직접적으로 죽음에 대해 언급한다거나, 주변을 정리하거나, 혹은 수면 상태에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조사 결과 이런 신호들은 대체적으로 자살사망 3개월 전부터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좌나 집안 물건 등 주변정리를 하는 '행동적 경고신호'는 91.2%가 사망 3개월 전부터 드러났다. 안타깝게도 주변 사람이 이런 경고신호를 알아차린 건 22.5%(119명)에 불과했다.


자살 위험 신호. 중앙자살예방센터

자살 위험 신호. 중앙자살예방센터


사망 전 보이는 경고 신호도 연령대별 차이가 있었다. 34세 이하는 자신의 외모에 무관심해지고 몸이 어딘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49세 이하는 갑자기 인간관계 개선을 시도하거나 거꾸로 대인기피 증상을 보였다. 50세 이상은 식사량과 체중이 변했고, 65세 이상은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을 남에게 주는 행동을 보였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자살 예방 교육'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앞으로 심리부검과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 지원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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