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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김치, 채소를 선호할까

입력
2020.11.26 17:00
수정
2020.11.26 18: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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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언
최낙언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1월 22일이 제1회 '김치의 날'이었다. 그날을 김치의 날로 잡은 것은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치를 기념하는 것은 좋은데 효능 핑계로 날을 잡은 것은 유감이다. 아무런 영양분이 없는 물이 건강에 최고로 중요하다고 하는데 김치라고 효능이 없을 리가 없다. 사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일상 음식에도, 외국의 음식에도 여러 효능이 있다. 나는 김치에 특별한 효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채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는 것이 훨씬 더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건강에 관련해 우리가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아마 '채소를 많이 먹으라'일 것이다. 모두가 채소가 좋다고 하지만 정작 채소를 많이 먹는 나라는 많지 않고 우리나라가 채소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이다. 보통은 소득이 늘면 고기 소비량이 늘고, 채소의 소비량이 줄어든다. 모두가 건강에 관심이 있고 채소가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역시 음식의 핵심은 역시 맛인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만 예외적으로 소득이 늘면서도 채소의 소비량이 줄지 않아 세계에서 채소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채소가 다른 나라 채소보다 유난히 맛이 좋은 것일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채소를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김치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아무리 건강 프로그램에서 라면이 나쁘다고 해도 맛있다고 라면을 먹는다. 그리고 라면을 먹을 때 김치를 챙겨 먹는 것은 그래야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훨씬 더 맛있으니 같이 먹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게 진짜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이론이 아니라 채소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인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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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95%는 물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식이섬유와 탄수화물이다. 그래서 칼로리 대비 포만감은 가장 높다. 현대인에게 넘치는 것은 칼로리이고, 부족한 것이 식이섬유와 칼로리 대비 포만감이라 채소가 더 없이 좋은 식품인 것이다.

문제는 맛이다. 사실 채소 자체에는 성분이 별로 없다. 오히려 쓴맛이 많다.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만들었고 동물은 그런 독을 피하기 위해 많은 수용체를 만들어 쓴맛으로 느낀다. 그리고 독은 아니지만 우연히 이런 쓴맛 수용체에 결합하여 쓴맛을 내는 물질도 많다.

그래서 채소는 쓴맛을 줄이고 궁합이 잘 맞는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잘 무쳐 내는 적절한 요리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채소와 잘 어울리는 맛이 단맛도 신맛도 아닌 감칠맛이다. 채소에는 불포화지방산에서 만들어지는 향기성분과 황을 포함한 향기 성분이 많다. 황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두 가지에 포함된 성분인데, 이것이 냄새 물질에 포함되면 유사한 분자에 비해 향의 강도가 수천에서 수백만 배 강력해지는 효과가 있다. 밋밋한 채소가 폭발적인 향을 가지는 것이다.

한국인의 마늘 사랑은 압도적이다. 다른 나라가 마늘을 소량 양념으로 쓴다면 한국인은 마늘을 채소인 양 먹는다. 마늘 특유의 맛을 내는 것이 황을 포함한 냄새 물질이다. 많은 사람이 양파 또한 좋아하는데 양파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성분도, 잘 볶으면 단맛을 주는 성분도 황을 포함한 냄새 성분이다. 그리고 다른 채소도 황을 포함한 냄새 물질이 핵심을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황을 포함한 향기 성분은 고기의 핵심적인 향기 성분이기도 하다.

고기의 향은 황을 포함한 향기 성분과 각종 지방산에서 유래한 향기 물질이 핵심을 이루는데 재미있는 것은 고기 향의 핵심을 이루는 향기 성분을 하나하나 맡아보면 채소의 향도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채소와 고기는 향에서는 결이 일치하여 매칭이 잘 된다. 고기를 채소와 같이 먹으면 서로의 부족함은 채우고 장점은 더욱 높여 주는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는 고기는 항상 부족했고, 그런 고기의 감칠맛을 대신하기 위해 만든 것이 콩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만든 장류였다. 장류 덕분에 우리는 과거부터 채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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