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4개월]
서남권 해상풍력 단지, 그린뉴딜 '요람'
2028년까지 석탄발전 2.5기 용량 생산?
국회 수소충전소 "하루에 80여대 충전"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에서 배로 30분 남짓 달리면 전북 부안군 위도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 중간 해상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다다른다. 이곳에선 약 800m 간격을 두고 4열 종대로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들을 볼 수 있다. 총 60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기 20기는 바닷바람으로 지름 134m에 달하는 회전날개를 돌려 연간 약 155기가와트(GW)를 생산한다. 약 5만 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 실증단지는 정부가 ‘한국판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첫 단추다. 정부는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하는 이 실증단지를 기반으로 2022년부터 시범단지 조성을 추진, 2028년까지 석탄발전 2.5기 용량에 해당하는 2.46GW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기 사이에는 국내 최초로 전력을 육지로 송전하는 무인 해상변전소도 설치됐다”며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한국판 그린뉴딜 사업이 구체화되는 요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앞서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세 가지 영역(그린·디지털·안전망 강화) 별로 구체적인 과제와 사업들을 선정, 연도별 추진 일정과 투자 계획, 기대 효과 등을 밝혔다. 대표적인 과제가 △그린 에너지 △스마트 그린 산단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그린 스쿨 등이다. 2025년까지 약 160조원을 투입해 190여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대장정의 첫 삽이 떠지면서 한국판 뉴딜사업의 구체적인 모습과 성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그린뉴딜에서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과제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분야다. 2025년까지 총 20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구체화 돼가는 곳이 현재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H국회 수소충전소’다. 수소차 보급에 큰 걸림돌은 수소차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에 수소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여의도 국회대로변에 위치해 사용자 접근성을 확보했고, 연중무휴로 운영해 편의성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 수소충전소엔 하루 평균 80여대의 차가 들어온다”며 “도심 한가운데서 운영하면서 수소충전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정성을 검증 받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 한국판 그린뉴딜의 한 축인 수소충전소 보급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시작으로 그린뉴딜 과제 가운데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차례로 민간에 개방,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적정수익 보장을 통해 그린뉴딜 국책사업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수소충전소 외에 계획된 그린뉴딜 민간투자 사업으로는 스마트 그린 스쿨 사업의 일환인 노후학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친환경 단열재 보강공사 등이 있다. 현재 국회 수소충전소의 수익은 운영비용을 간신히 메우는 수준이지만, 향후 수소차 보급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 민간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뉴딜의 과제인 공공 디지털 일자리 교육사업도 호평 속에 순항 중이다. 올 7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드림스퀘어 강의실에선 ‘이 러닝(E-learning)’ 교육영상 촬영이 이뤄졌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공 디지털 일자리 신규채용 직원의 직무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앞서 중기부는 비대면·디지털 정부 일자리 교육사업에 소진공과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5개 기관을 통해 총 2,050명의 신청을 받았다. 이번 교육과정을 거친 이들은 전통시장 데이터 구축 및 홍보, 비대면·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 등의 업무에 채용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공 분야의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교육 사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모바일 결제 확대 등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마련하는 마중물이 되는 사업”이라며 “교육에 참가한 이들도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한 역량을 갖출 수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판 뉴딜사업이 성공하려면 향후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와 규제 개혁 등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2010년 11월 발표된 지식경제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에 따라 추진됐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수년간 진척이 없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공사에 착수, 올 1월 준공됐다. 여기에 풍력발전 입지 확보를 위해선 환경부·해수부·지자체·산업부 등 인허가 단체들이 많아 행정업무 처리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점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 성장을 추진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0년 동안 총 72.5㎿ 규모의 풍력발전소 5곳 밖에 만들지 못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주민 수용성 해결의 적극적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제공돼야 한다”며 “지자체 담당 인력의 전문성 강화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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