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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원인사에 담긴 신동빈 메시지 '성과 없으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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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임원인사에 담긴 신동빈 메시지 '성과 없으면 아웃'

입력
2020.11.26 17:4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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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임원 수 예년보다 20% 줄여
주요 계열사 대표 50대 초반으로 세대교체
임원 체제는 철저한 성과주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위기는 1등의 아성에 젖어 있을 때 이미 시작됐다. 뒤처진 거리를 좁히려면 웬만한 물갈이로는 부족하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유통업계에 떠돌았던 평가다. 대규모 인적쇄신은 정해진 수순이란 얘기였다. 그 동안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 강자였던 롯데엔 "백화점과 호텔 출신 입김이 센 조직"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가볍고 유연한 조직으로 빠른 태세 전환이 필수인 온라인 중심 시장 급변기에 전통적 유통에 의존하던 롯데의 대응은 한발 늦었고, 약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기 연말 인사에서 '칼바람' 인사를 실시한 배경이다. 철저하게 성과주의에 입각한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도 뒤를 따랐다. 임원 수는 줄였고 실력만 좋다면 조기 승진도 가능한 체제까지 도입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 자리엔 50대 초반의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됐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식품·화학·호텔 부문 35개사 계열사에 대한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26일 단행했다. 통상 12월말에 진행해 온 롯데그룹 이번 인사는 예년에 비해 한달 가량 앞당겨 실시됐다. 코로나19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따라 내년도 경영계획을 미리 수립하기 위해서다.

이영구 신임 롯데그룹 식품BU장 사장

이영구 신임 롯데그룹 식품BU장 사장


그룹의 방향성을 정하는 조직장부터 바뀌었다. 롯데그룹 식품 분야를 이끌었던 식품 사업부문(BU·Business Unit)장 이영호 사장이 물러나고 이 자리에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 보임됐다. 혁신 컨트롤타워를 책임진 롯데지주 실장도 교체됐다. 고수찬 롯데건설 부사장이 커뮤니케이션실장 자리에 올랐고 준법경영실장 자리에는 검사 출신의 박은재 변호사가 영입됐다.

박윤기(왼쪽) 롯데칠성 대표이사, 강성현(가운데)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 내정자.

박윤기(왼쪽) 롯데칠성 대표이사, 강성현(가운데)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 내정자.

계열사들에 젊은 수장을 대거 기용한 것 역시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롯데칠성음료 신임 대표이사는 박윤기(50)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내정됐고, 롯데마트 수장은 강성현(50)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전무)가 맡는다. 롯데푸드 대표이사엔 이진성(51)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부사장),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 황진구(52) LC USA 대표이사(부사장)가 승진 내정됐다. 차우철(52) 신임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 노준형(52) 신임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까지 모두 50대 초반을 전진 배치했다.

황진구(왼쪽)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 차우철(가운데)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내정자.

황진구(왼쪽)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 차우철(가운데)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내정자.

임원에 올라도 성과 없인 자리보전이 힘들다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일단 이번 인사로 승진한 임원 수가 예년보다 20% 줄었고, 그룹 내 전체 임원 자리 역시 약 100개 감소했다. 더불어 임원 직급단계를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축소하고 직급별 승진 연한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직제 슬림화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롯데그룹 내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최소 13년이 걸렸던 기간도 대폭 줄어들 조짐이다.

롯데 핵심 사업부문 계열사 올해 실적

롯데 핵심 사업부문 계열사 올해 실적


롯데그룹은 1, 2분기에 비하면 3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부진 점포 정리 등 강력한 구조조정 영향이 컸다. '포스트 코로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시장 연구부터 핵심 사업모델 수립, 실적 분석 등 경영 전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임원들을 대표이사에 앉힌 건 각 사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며 시장 니즈를 빨리 파악하라는 신 회장의 요구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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