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어미 판다, "좁은 우리에서 복통" 성토
48년 지속 '판다 외교' 흔들, 미중 갈등 불똥
동물원 "상태 건강...임대기간 재연장" 읍소
중국이 미국에 20년 전 보낸 자이언트 판다가 새끼를 낳았다. 중국에서 국보급 대접을 받는 판다는 ‘판다 외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중국인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심지어 “어미 판다까지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정부 기간 고조된 미중 갈등의 불똥이 애먼 판다에게 튀는 양상이다.
올해 22살인 판다 메이샹(美香)은 2000년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으로 보내졌다.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는 2010년 첫 임대기간이 끝난 이후 동물원 측과 5년간의 계약을 두 차례 연장했다. 이번 만료시한은 다음달 7일이다. 새끼 판다는 독립 생활이 가능한 생후 4년이 되면 야생 적응을 위해 중국에 반환되지만 어미 판다는 남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메이샹이 평소 좁은 공간에서 불편한 자세로 지내며 다리에 경련이 났고 얼린 사과주스를 먹다가 구토를 했다는 의혹이 지난달 제기됐다. 동물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3월부터 문을 닫은 대신 화상을 통해 판다 우리 내부를 24시간 인터넷에 공개했는데, 이를 지켜본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며 미국을 성토한 것이다.
메이샹은 지난 8월 네 번째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이전 출산과 달리 인공수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령의 판다에게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중국인들의 청원이 잇따랐다. 코로나19로 대나무 수급이 어려워 판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자이언트 판다 수명은 야생에서 15~20년, 사육은 25~30년으로 현재 중국의 최고령 자이언트 판다는 38살이다.
중국이 미국과 판다 외교를 시작한 건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방중 직후인 1972년 4월이다. 당시 보낸 한 쌍의 판다가 이후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모두 며칠 지나지 않아 죽었다. 반면 메이샹이 앞서 낳은 세 마리 새끼는 건강하게 자랐다. 미중 양국이 메이샹을 ‘복덩이’로 여길 법도 하다.
이에 동물원 측은 “판다가 출산에 맞춰 더 작고 편안하고 안전한 우리 안에서 지낸 것”이라면서 “메이샹이 하루 먹는 60㎏의 대나무를 조달할 안전한 루트가 미국 내 30~40곳은 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어미 판다를 몇 년 더 데리고 있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며 중국에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동물원 공모에 13만5,000여명이 참여해 23일 새끼 판다에게 ‘작은 기적’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홀대 받는 미국 판다와 달리 일본에 건너간 판다는 환대를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태어난 새끼 판다에게 “축복을 보낸다”며 “양국 우호관계의 증명”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달 초에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가 화장한 상태로 손에 장갑을 끼지 않고 새끼 판다를 만지는 장면이 공개돼 중국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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