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이것 좀 꼭 취재해 주세요.”
서울 도심의 한 스터디룸(소규모 모임에 학습이나 회의 공간을 대여해 주는 업소)을 찾아 신분을 밝히자 아르바이트생 2명이 달려왔다. 스터디카페 방역 실태를 알아보려 그 곳을 들렀던 기자가 "여기는 스터디카페가 아니다"라는 말에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직원들은 이름이 비슷한 '스터디카페'와 '스터디룸'이 방역에선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는 웃지 못할 현실을 털어 놓았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담당 구청 직원도 스터디룸과 스터디카페를 혼동했다"며 문제점을 꺼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개편 이전)가 한창이던 9월 관할구청은 스터디카페에 이어 스터디룸에도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스터디룸은 스터디카페가 아니다"라는 업체 대표의 항변을 수용해 영업을 계속하도록 했다고 한다.
구청 직원조차 헷갈릴 정도로 스터디룸과 스터디카페의 업태는 비슷하다. 스터디카페가 △음료 등을 취식하며 공부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 △별도로 분리된 세미나실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반해, 스터디룸은 폐쇄형 세미나실만 제공한다는 것이 '작은 차이'다. 하지만 스터디카페는 방역당국 제재를 받고, 다른 한 곳은 성업 중이다.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도, 스터디룸에선 창문 하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고, 대화하고, 간식을 먹는다.
'본질'이 같음에도 '외형'이 좀 다르다는 이유로, 완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이 상황은 매우 익숙하다.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프랜차이즈 카페는 업소 내 취식이 금지됐지만, 개인 카페 안에서는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또 술집(유흥주점)은 안 됐지만 헌팅포차(일반음식점)는 가능했던 모순, 카페는 안 되는데 빵집은 가능했던 촌극도 벌어졌다. 정부가 기준의 형평성을 맞추고 모순을 바로잡는다고는 하지만, 당국의 기준이 자영업의 분화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런 빈 구멍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바이러스는 '업태'를 구별하지 않는다. 초기에 제재를 피했던 헌팅포차는 감염 사례가 나온 뒤에야 유흥주점과 함께 중점관리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서류상 형식이 다르더라도 사람이 접촉하는 방식이 비슷하다면 차별 없이 강력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어딘가 방역의 구멍이 생기면 그 쪽으로 사람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결국 그 구멍에서 큰 일이 터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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