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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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다.”
2016년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나온 발언이다. 당시 국토교통부 출입을 하고 있었는데, 이날 동남권 신공항 최종 후보지 위치가 담긴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 발표가 있었다.
부산에서 밀었던 가덕도와 대구에서 주장한 밀양 중 1곳이 신공항 후보지가 된다고 대다수 믿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리 분석기사까지 정리해놓은 기자가 있을 정도로 김해공항 확장안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브리핑룸에 있던 타부처 공무원들은 제3의 대안을 찾았다며 탄복하기까지 했다.
최적의 입지라서 나온 반응이 아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을 둘로 갈랐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층을 찢어 놓을 만큼 민감한 이슈였다. 그랬기에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론은, 어느 편에서도 반기진 않았지만 갈라진 영남권 민심을 다독이며 재통합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이었다.
그런데 이 첨예한 이슈가 부활해 혼란을 주고 있다. 정치권과 영남지역에선 서로 자신의 지자체 유치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가 4년 전과 흡사하다. 또다시 사회·경제적 홍역을 치러야 할 판이다.
문제는 이런 논란을 현 정부와 여권이 부추겼다는 점이다.
당초 동남권 신공항을 가덕도로 주장했던 부산에 울산ㆍ경남이 합류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실 차원에서 후보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번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그간 재검토를 반대해왔던 국토부마저 “동남권 5개 지자체가 합의해 위치를 바꾸겠다고 하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설치됐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4년 만에 신의 한 수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다.
신공항 위치를 바꿀 만한 변수는 지난 4년간 없었다. 굳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 여당은 지금의 야당인 국민의힘으로, 야당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맞바꾼 것뿐이다. 여당과 정부가 합류해 정치적 입김을 불어 넣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월 보궐 선거를 앞둔 여당이 부산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고, 순수한 의도에서 김해공항이 최적의 입지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공항 문제를 보더라도, 이번 재논의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원칙을 훼손했다는 얘기다.
신공항 논의가 시작되고 입지를 찾게 된 근본은 부산을 포함한 영남지역 5개 단체장이 결과에 승복하고 신공항 추진에 적극 지원한다는 2014년 10월 합의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억 원의 용역비를 들여 세계적인 공항설계회사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의뢰한 것이다. 공항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일임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적어도 영남 5개 지자체장과 국토부, 그리고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주장을 펼 권리가 없다.
가덕도가 안 되는 이유는 이미 충분히 알려졌다. 당시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어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나와서도 안 된다. ‘과거 정부가 한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의도가 담겨 있지 않다는 전제에서다.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출입기자가 아닌 국민 입장에서 지켜볼 것이다. 지금 이 자체만으로도 현 정부가 저지른 대표적 잘못된 행정으로 기록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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