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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찍어내기' 작전

입력
2020.11.25 18:00
수정
2020.11.25 18:16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씨가 추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씨가 추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것은 혼외자 파문 때문이었지만 그것을 진짜 이유로 보는 이들은 없다.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 탄생의 아킬레스 건인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법대로 밀어붙이다가 찍혀나갔다는 것이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언론에 폭로되기까지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스스로 사표를 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사태 역시 정권 관련 수사를 한 검찰총장 찍어내기 작전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밝힌 징계 사유들은 아직 소명되지 않은 의혹들인데, 제대로 조사도 않고 징계를 청구했으니 납득이 어렵다. 새롭게 드러난 ‘판사 불법 감찰’ 혐의는 충격적이지만, 윤 총장은 공소유지를 돕는 차원에서 언론 등에 나온 내용을 파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니 일단 조사부터 해 볼 일이다.

□‘윤석열 찍어내기 작전’이 ‘채동욱 뽑아내기 작전’만큼 성공적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윤 총장은 사표 아닌 법적 대응을 선택했다. 직무집행 정지 취소 소송은 지난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고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과도 소송 대상이 될 게 뻔하다. 가처분소송 격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다시 총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고, 혼란스런 상황은 이어질 것이다.

□어쨌건 윤 총장을 임명하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격려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오판이라 후회한다 해도 이 무리한 ‘검찰총장 해임 작전’은 황당한 노릇이다. 시민단체가 추 장관을 고발하고 야당이 비판의 공세를 조이며 정국 전반에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남을 상처를 생각하면 윤 총장 찍어내기가 현 정권에 이득인지 의문스럽다. 법의 판단에 따라 그러고서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대통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 무리수는 대가가 크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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