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십년 동안 가장 심각한 식량 위기 직면"
유색 인종 및 어린 자녀 둔 가정에 피해 가중
케어스법·푸드 스탬프 프로그램도 도움 안돼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26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순 없는 형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까지 더해진 탓이다.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24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직전 미 전역의 무료급식소(푸드 뱅크)가 역사적인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의회가 코로나19 부양책 협상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남은 2020년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며 "미국은 최근 수십년간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미 로드아일랜드주(州)의 지역 푸드뱅크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 가구 중 4분의 1가량이 식량 불안에 처해 있으며 핫라인(직통전화) 건수와 푸드뱅크 수요가 각각 전년동기 대비 77%, 26%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의 약 480개 식품공급소에 음식을 제공해온 지역 자선단체 '세컨드 하비스트 푸드뱅크' 역시 "올해 무료 음식 제공은 작년에 비해 70% 가량 늘었다"며 "특히 이들 중 40%가량이 식량 지원을 이전에 한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이들인 점은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피해는 인종, 가구에 따라 불균형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 소비자 전문 매체 ‘컨슈머리포트'의 설문을 인용, 코로나19 확산 이후 푸드 뱅크 이용자는 미 성인 중 19%이지만, 흑인의 경우 36%, 히스패닉의 경우 22%에 달한다고 전했다. 아이가 있는 저소득 가정의 피해도 심각하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해 자녀를 둔 가구의 약 0.5%만이 어린이의 음식 섭취를 줄이거나 중단했지만 올해 같은 응답을 한 가구는 전체의 12%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연구소는 "식량 불안은 빈곤의 선행 지표"라며 "특히 5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은 역사상 최고의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의회는 정작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연말 입법 기한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당이 제시하는 부양책의 규모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정권 인수 과정의 불협화음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 피해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ㆍ케어스법) 추가 협상에 진전이 없다. 민주당은 정부가 최소 2조2000억달러의 과감한 '돈 풀기를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민주당 제안의 4분의 1 미만인 5000억달러 부양책을 고수하는 상태다.
식량 공급에 있어 최전선 안전망이기도 한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영양보충 지원프로그램·SNAP) 역시 당파간 견해 차이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미 CBS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년간의 SNAP 혜택 축소 노력 탓에 일리노이주 등에서는 재년 1월 1일부터 8,000명 이상의 노인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결국 향후 전망은 갈수록 어둡다. CBS는 "케어스법에 따른 실직자 지원 사업 2개가 12월 26일자로 만료돼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만 1,200만명의 지원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2배 가량 높은 6.9%(1,100만명)이다. 케이티 피츠제럴드 피딩 아메리카 최고운영책임자는 "다가올 겨울에는 사람들이 공과금과 식료품비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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