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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청연 메디컬 그룹 회생 신청에 숨은 채권자들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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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청연 메디컬 그룹 회생 신청에 숨은 채권자들 '좌불안석'

입력
2020.11.25 11:20
수정
2020.11.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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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행정공무원·건축사·회계사 등 거론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위치한 청연한방병원 전경.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위치한 청연한방병원 전경.


최근 경연난에 빠진 광주 청연 메디컬 그룹 계열 병원장 3명과 주력 관계사 4곳이 잇따라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한 뒤 엉뚱한 방향으로 후폭풍이 번지고 있다. "돈 꽤나 만진다"는 지역 재력가나 지역 언론사 회장, 기업인, 경찰관, 공무원 등이 이 병원 그룹의 모(母)병원인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이모(41)씨에게 사채에 가까운 '돈놀이'를 했다가 이씨가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바람에 되레 돈을 날리게 됐다는 뒷말이 불거지면서다. 이미 시중엔 "누구 누구는 몇백 억원을, 누구는 몇십 억원을 빌려줬다가 떼이게 됐다"는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이씨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신규사업 추진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금융권 차입은 물론 친분이 있는 지역 재력가나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왔다. 특히 부산과 전주에 대규모 부동산투자사업을 벌이면서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돈을 끌어 모았다. 이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관계사 3곳이 법원에 법인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면서 제출한 채권자만 202명에 달한다. 이 중엔 지역 언론사 사주들도 포함돼 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일부 대여자의 사회적 신분이나 친분도에 따라 월 5~10%의 고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들 사이에선 이씨가 이런 식으로 빌린 돈이 최소 8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씨는 상당수 채권자들에게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지급해 오다가 돌연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일반회생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채권자들은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일부 채권자들은 "사기를 당했다"며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키로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과 달리 "나도 당했다"고 내놓고 말할 수 없는, '숨어 있는' 피해자들이 상당해 실제 피해 금액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하는 건 이씨로부터 사채 뺨치는 이자를 받은 터라, 자칫 이자제한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 최고이자율은 연 24%를 초과할 수 없고,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런 속앓이를 하는 피해자들 중엔 지역 재력가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 행정공무원, 건설회사, 회계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이씨의 사기적 금전대차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와중에 경찰 간부 여러 명이 연루됐다는 소문까지 돌자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실제 경찰 안팎에선 "A간부는 20억원을, B간부는 10억원을 이씨에게 각각 빌려줘 이자를 받아 먹다가 돈을 날렸다", "경찰 고위층도 이씨와 친분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 "경찰대 출신 몇몇 간부들은 잠을 못 자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씨가 '판도라의 상자'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또 이씨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지역 건설업체 등이 이씨와의 관련을 극구 부인하는 건 비자금 조성 등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뒷소문도 들린다. 한 채권자는 "이씨에게 돈을 빌려준 지역 건설업체와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닌데 하나 같이 피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수사기관 수사를 통해 대여금 출처가 비자금이나 회삿돈으로 밝혀지면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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