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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시간' 첫 작품은...재무·정보 수장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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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시간' 첫 작품은...재무·정보 수장에 여성

입력
2020.11.2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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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3주 만에 인수 절차 돌입
연준 의장 출신 옐런, 재무장관 유력
정보 총괄 DNI 국장에 여성 헤인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씨어터에서 미국시장협의회(USCM) 소속 시장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씨어터에서 미국시장협의회(USCM) 소속 시장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윌밍턴=AP 뉴시스

2020년 미국 대선 3주 만인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 절차 협력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당선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무장관 등 외교안보팀 주요 책임자 6명을 인선하는 등 대통령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나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에밀리 머피 GSA 청장과 그의 팀이 원래 절차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하도록 권고한다”며 “내 팀에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인수인계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GSA가 바이든 당선인 측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3일 치러진 대선 개표 끝에 7일 오전 미국 주요 언론들이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보도했지만 GSA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인수절차 협조를 거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승부를 뒤집을 수는 없다고 보고 GSA에 협조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오후 미시간주(州) 개표참관인위원회는 바이든 당선인이 15만5,000표 차이로 승리한 것으로 집계된 개표 결과 인증을 마쳤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명하는 등 조각 작업도 시작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는 여성인 에이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지명됐다. 국토안보장관에는 쿠바 이민자 출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히스패닉계 최초로 국토안보부 책임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담당 대통령 특사로 민주당 대선후보 출신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임명됐다. 바이든 당선인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24일 6명의 외교안보라인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 첫 재무장관이자 231년 만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지명될 것이라고 이날 전하는 등 추가 개각도 속속 이뤄지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기후특사로 지명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 시더 래피즈=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기후특사로 지명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 시더 래피즈=EPA 연합뉴스


동맹 강화 기조 속 측근 전면 배치

바이든 당선인의 첫 장관급 인선은 트럼프 시대 엇나간 외교안보전략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다룬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과 오래 호흡을 맞췄던 측근을 전면에 배치한 게 특징이다.

백인 남성 위주였던 각료진에 여성ㆍ흑인ㆍ쿠바 이민자 출신 등 다양성도 추가했다. 특히 20년 인연의 참모이자 한반도 현안에 밝은 블링컨 전 부장관을 ‘외교수장’인 국무장관 자리에 배치하면서 외교가와 한국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 경시, 미국의 국제사회 신뢰도 하락을 비판해왔다. 대신 동맹ㆍ다자주의를 중시하며 전 세계에 “미국이 돌아왔다”고 알리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그 첫 카드는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 투톱 전면 배치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달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외교정책은 미국의 관여와 리더십을 재천명하는 것부터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주역 케리 전 국무장관이 기후특사로 임명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 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기후협약 재복귀를 예고했는데, 대선후보급 거물을 내세워 약속 실현 의지를 강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블링컨 지명자를 앞세워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조를 강화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제사회 공동 대처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봄날’ 기대, 북미는 여전히 ‘겨울’

한반도정책 관련 기대는 반반이다. 블링컨-설리번 체제 등장으로 한미관계는 돈독해지겠지만 북미관계 진전 여부는 미지수여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미군 감축 압박 등은 바이든 당선인이 앞세우는 동맹의 신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핵 협상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국면을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 북미 말폭탄 싸움 이후로 별다른 대립은 없었지만 북한이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인 취임을 전후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깎아 내리는 차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thug)’로 표현했고, 이런 발언은 블링컨 지명자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이란 핵협정 합의 때처럼 제재 압박 이후 협상에 나오게 하는 전략도 내비친 적이 있다. 블링컨 지명자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진정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지난 9월 미 CBS방송 대담에서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제재 상황 속에서도 이란과 달리 북한은 중국 쪽 뒷문이 열려 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맞서려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에 쉽게 협조할 리도 만무하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도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한 상태다. 이란 해법과는 다른 창의성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된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낙점된 재닛 옐런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여성이 정보ㆍ재무 책임자…다양성 강화

바이든 당선인의 내각 인선 기조도 관심이다. 그는 미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DNI 국장에 부통령 당시 자신을 보좌한 뒤 CIA 부국장까지 지낸 백인 여성 헤인스를 내정했다. 바이든 시대 다자외교 무대를 주도할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도 35년 외교관 경력의 흑인 여성 토마스 그린필드 전 국무부 차관보를 인선했고, 경제정책 책임자 재무장관에는 옐런 전 Fed 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국토안보장관 자리에도 히스패닉계인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앉혔다. 백인과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트럼프 행정부 내각과는 분명히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첫 조각부터 드러났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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