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폭증 이유는 '우리가 변하지 않아서'"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겨울 재확산으로 지난 봄 등장했던 생필품 사재기가 재현되고 있는 가운데 식료품점 노동자들의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추수감사절(26일)을 앞두고 관련 업계 노동자들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위험수당 지급 등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코로나19 폭증세에 방역 피로증까지 겹쳐 식료품점 노동자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전미식품상업연합노조(UFCW)의 호소를 전했다. UFCW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09명의 식료품점 종사자를 비롯해 최소 350명의 조합원이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4만7,000명이 감염됐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라고 밝혔다. UFCW는 크로거·세이프웨이 점원 등 130만명이 소속된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다. 마크 페론 UFCW 위원장은 "비노조 소매점인 아마존·월마트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3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아마존과 자회사 홀푸드마켓의 직원 137만명 중 1만9,81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한 후 업데이트된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인 식료품점·슈퍼마켓 노동자들은 자택 대피 명령 중에도 출근하기 때문에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봄부터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돼 왔다. 문제는 반년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미국인들의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로거의 5년차 직원 재닛 웨인라이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악화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아직도 배우지 못했고,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크로거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고,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유급 휴가를 허락해 주지 않아 출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로거는 지난 3월 시급을 2달러 인상했지만 5월 중순 이후에는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았다. 페론 위원장은 "사업주들은 마스크 의무화 등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300만명에 육박하고, 하루 확진이 2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점포 내 밀집도가 높아지는 것도 식료품점 직원들의 공포가 커지는 이유다. 랄프스 슈퍼마켓의 레이철 포니어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물건을 비축하거나 봉쇄 조치에 대비하려는 이들로 가게가 점점 더 붐비고 있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입장 제한 등 어떤 노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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