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계속 연락?
국민 정서 냉랭한데... 일방적 소통 시도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에도 정부가 북한에 소통하자는 신호를 끈질기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아직은 '외사랑'이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폭파된 연락사무소의 통신선을 통해 정부는 연락을 시도 중이다. 통일부는 초반에는 주 2, 3회, 최근에는 매일 오전 9시에 연결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통신선을 점검하고 연락사무소를 다시 열 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북측이 받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진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도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남북간 합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매일 오전 9시 연락을 끊임 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6월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하자, 통일부는 하루 만에 “통신선 재연결을 남북이 합의할 때까지 매일 통화를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를 뒤집고 북측과 다시 연락하려 하는 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서다. 박진원 사무처장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진보적 성과임이 분명하다”며 “(사무소가 폭파됐다고 해서) 4ㆍ27 판문점 합의 등이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의 산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 가동된 643일 동안 남북은 총 1,157회에 걸쳐 소통했다.
문제는 통일부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한반도 정세나 국민 정서와 다소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사과하거나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통 재개’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새로운 남북관계의 변화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 재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새로운 소통 채널인 ‘서울ㆍ평양 대표부’ 설치를 언급했다. 국내 4대 그룹 고위관계자들을 만나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면 남북 경협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시작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비쳤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기대하기 어려운 미래” “근시안적 고려”라고 혹평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이 장관이 묘사한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고,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일치된 정책이나 전략보다는 북한에 대해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는 근시안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