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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공동체와 나눔을 말하다

입력
2020.11.2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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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차가운 바람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김장을 준비하는 손길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그는 ‘김장’은 김치 없이는 못 사는 한국인이 채소가 못 자라는 겨울을 맞는 행사다. ‘김장철’ 전에 ‘김장밭’에는 배추, 고추, 마늘 같은 ‘김장감’ ‘김장거리’가 길러진다. ‘김장배추’뿐만 아니라, 김장에 쓰려고 뿌리를 심어 기른 독한 맛의 ‘김장파’도 있다. 김장철이면 으레 ‘김장값’이 뉴스감이다. 김장은 ‘김장독’에 담아야 제맛이다. 김장 전에 조금 담그는 ‘지레김치’도 있지만, 김장독에서 오랫동안 익힌 ‘묵은지’도 있다.

남쪽에서 슬슬 준비를 할 즈음, 더 추운 곳에서는 김장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 자리에 둘러앉은 이들은 진한 양념에다가 사는 이야기를 술술 섞어 가며 하루를 보낸다. 그해 겨울, 그들은 내내 같은 김치를 맛볼 것이고, 옷소매에 같은 양념을 묻힌 이들을 회상할 것이다. ‘김장하다’는 말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다 이른다.

'김장(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은 2013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김장이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점, 이웃 간 나눔을 실천하는 장이라는 점, 공동체로서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한 점이 그 이유다. 김치가 한국 음식의 대표라면, 김장은 곧 한국의 공동체와 나눔을 대표한다. 이맘때면 늘 보던 '사랑의 김장'도, 행사를 알리던 뉴스도 올해는 모두 잠잠하지만 김장의 후손들에게 나눔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접어둔 것뿐이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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