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아르바이트생)도 파리 목숨인 판국에…”
혀부터 찼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대한 분노로 들렸다. 철저히 주변과 무관하게 보인다는 시각에서 온 허탈함도 더해진 듯 했다. 습관성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자동차 업계의 파업을 바라본 한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반응이다. “이 와중에 피눈물 나는 얘기다”며 자동차 업계 파업을 비꼰 이 관계자는 “당장 점심 때 벌어서 저녁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고 힐난했다.
위험수위는 이미 넘어섰다. 지구촌을 마비시킨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그들에겐 무용지물로 보였다. ‘나 홀로 질주’ 노선만 고집 중인 자동차 업계의 도미노 파업 얘기다.
일찌감치 추투(秋鬪) 대열에 뛰어든 한국GM은 심각하다. 한국GM 노사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인천 부평 2공장 신차 배정 등을 놓고 줄다리기만 한창이다. 격차만 확인한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시작한 부분 파업을 이달 23일부터 또다시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불어난 손실은 눈덩이다.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는 총 2만2,300여대로 추산된다. 2014년부터 매년 평균 수 천억원대 적자의 늪에 빠진 한국GM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불가다. 급기야 GM 본사에선 한국GM의 철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노조측의 강경 노선은 요지부동이다. 한국GM 협력사들은 거리로 뛰쳐 나와 “살려 달라”고 외쳐 대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기아차도 역주행하긴 마찬가지다. 24일 사측과 교섭에 나섰지만 소득없이 협상 테이블에서 나온 기아차 노조는 파업도 불사하겠단 입장이다. 결국 ‘9년 연속 파업차’란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따 놓은 당상이다. 기아차 노사는 기본급과 성과급 지급, 잔업 복원, 정년 연장 등을 놓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큰형인 ‘현대차’ 노조가 지난 9월 사측과 합의를 끝낸 모습과 대조적이다.
르노삼성차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지난 9월 만났던 6차 실무교섭 이후 진전이 없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12억원의 노조 발전기금, 휴가비 및 성과급 인상을 놓고 여전히 대치 상태다. 여기에 강경파로 분류된 기존 노조위원장의 연임이 결정된 이후 노사 양측의 거리감은 더 멀어졌다. 분위기는 역시 파업에 가깝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거대한 격변기에 접어든 마당에 노사가 모여 지혜를 짜내고 상생 선언을 해도 모자란 게 작금의 현실이다. 소집단 이기주의로 삐딱선을 탈 때가 아니란 말이다. 회사야 어떻게 되든, 당장 이익부터 챙기고 보자는 식의 이기적인 태도는 공멸만 불러올 뿐이다. 자동차 업계의 협력사 상황도 최악이다. 일부 협력사에선 직원들의 급여와 전기요금까지 밀린 상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장된 84개의 부품업체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2배 이상인 8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협력사 줄도산은 시간 문제다. 회사나 협력사가 사라진다면 노조의 설 자리도 없다. 더구나 현재 확진자 급증과 함께 코로나19는 3차 대유행에 들어갔다. 이 마당에 내부의 극한 투쟁과 갈등은 제 무덤만 파는 꼴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노사가 함께 미래 준비에 매달려야 할 때다.
산업 1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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