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HK이노엔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수출, 임상시험이 잇따라 실패 또는 중단됐던 지난해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공들여 축적하고 도입해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기술과 제품들을 기획시리즈로 소개한다.

경기 이천에 있는 HK이노엔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의약품 효능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 제공
2018년 허가 받은 우리나라 30번째 신약 ‘케이캡’을 출시한 HK이노엔(HK inno.N·한국콜마 자회사)은 최근 몽골, 싱가포르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몽골 제약사 모노스 파마는 10년간, 싱가포르 의약품 유통사 UITC는 8년간 현지에서 케이캡을 독점 유통하게 된다. 몽골에선 내년, 싱가포르에선 2022년 케이캡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로써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해외 총 25개국에 진출하게 됐다.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중남미 17개국 등에 잇따라 기술이나 완제품이 수출돼왔다. 중국에 수출된 규모는 9,500만달러(약 1,140억원), 중남미 17개국은 8,400만달러(1,008억원)다. 이르면 내년부터 차례로 각국에서 허가 또는 출시될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지난 6월 임상시험 1상을 승인받았다.
케이캡이 이처럼 빠르게 해외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들과 작용 원리가 다른 새로운 약이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 대다수는 사람에 따라 약효가 느리게 나타나거나 식사를 하지 않는 밤엔 잘 나타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케이캡은 이런 단점을 해결했다고 HK이노엔은 설명했다. 기존 치료제들보다 약효가 빨리 나타나 오래 지속되며, 식사 시간과 관계 없이 복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케이캡은 지난해 3월 국내 시장에 나온 뒤 출시 첫 해 매출 264억원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신약 대열에 올랐다. 국내에선 단일 의약품이 연간 매출 100억원을 넘으면 블록버스터로 꼽는다. 올 들어 케이캡은 기존 치료제들을 꺾고 원외처방(병원 아닌 약국에서 약을 받는 것) 시장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출시 때부터 올해 9월까지 케이캡이 거둔 원외처방 실적은 총 771억원(누계)에 이른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 출시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사용을 허가 받은 증상(적응증) 4가지 이외에 다른 증상을 겪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게도 쓰일 수 있도록 적응증을 확대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경쟁 약보다 증상 완화나 치료 효과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나은지를 비교 분석하는 임상시험도 별도로 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한국이 개발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제품명처럼, 국내를 넘어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제품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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