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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사로잡은 식물성 패티 버거, 하필 그 기업에서...

입력
2020.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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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식물성 패티 '어썸버거' 출시
노동력 착취한 네슬레와 연관돼 논란
"가치소비 위배" vs "비건 제품 확장 도움"

롯데리아가 출시한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한국일보 자료사진

롯데리아가 출시한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한국일보 자료사진


롯데리아가 출시한 대체육 버거 신제품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가 비건(Vegan·완전채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운데 이례적으로 비건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제품의 패티를 만든 업체의 모회사가 아동 노동 착취로 제품을 생산하는 네슬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불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래도 대기업이 비건 시장에 뛰어든 건 대중화에 도움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4일 비건 커뮤니티에 따르면 롯데리아가 16일부터 선보인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제품은 글로벌 식품 회사 네슬레가 운영하는 대체육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스위트 어스'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버거 패티 제품군이다. 이 제품은 노란 대두를 기반으로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 농축액으로 육즙과 색상을 실제 고기처럼 재현했다.

제품이 출시된 직후 시민들, 특히 비건들은 환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어썸버거 후기 등을 보면 호평이 많다. "엄마한테도 조금 줬는데 다 먹고 난 후에 식물성 패티라는 걸 알려드리니 많이 놀라셨다"(wl****), "기존에 롯데리아에서 출시됐던 밀과 콩으로 만든 미라클버거 패티와 비교했을 때 훨씬 육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칼로리도 더 낮아 부담이 없다"(ha****) 등의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맛을 뛰어넘어서도 식물성 패티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가치소비란 소비자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세계관이나 가치 판단을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방식를 뜻한다. 패티가 식물성이라는 사실은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모든 것들의 소비를 지양하는 비건들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논란은 해당 제품이 글로벌 식품기업인 네슬레와 관련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2016년 네슬레는 브라질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벌어지는 노동권 침해 의혹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 앞서 덴마크 탐사보도 매체인 '댄워치'는 2015년 7월 브라질 노동환경청이 남부 미나스제라이스주(州)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을 조사해 거의 노예 상태로 일하던 노동자들을 풀어줬을 때 동행 취재를 했다. 동물성 패티를 제거했다는 점에서는 가치소비와 맞닿아 있지만, 노동력 착취 측면에서는 오히려 가치소비와 반한다는 점에서 다소 역설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비건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어썸버거는 가치소비에 반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슬레는 착취와 연결된 기업이다. 그 기업에 비용을 대는 일을 하겠는가"(ch****), "네슬레 얘기듣고 어썸버거 대신 미라클버거 먹고 왔다"(다****) 등 불매 움직임도 이는 모양새다.

반면 비거니즘 확산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불편한 문제지만, 대기업들이 (비건 제품 생산 등에) 나서줬을 때 파급력이 크다"(an****)는 반박도 나왔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동물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비거니즘을 넓히는 데 있어 이는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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