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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사람들 '구멍 손잡이' 만나자 "참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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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사람들 '구멍 손잡이' 만나자 "참 고맙네요~"

입력
2020.11.24 07:30
수정
2020.11.24 09:01
0 0

우정사업본부 '구멍손잡이' 뚫린 소포상자 판매 시작
'구멍손잡이' 체험 위해 모인 인사들, "확실히 달라"
우정본부, "근무자들 근골격계 부담 줄이기 위해"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소포상자 견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정사업본부는 11월 23일부터 7kg 이상 무거운 소포에 사용되는 5호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 판매하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소포상자 견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정사업본부는 11월 23일부터 7kg 이상 무거운 소포에 사용되는 5호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 판매하기로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3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지하 1층 우편 업무 공간이 우체국 상자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왜냐고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우정사업본부가 이날부터 7kg 이상 무거운 소포 담는데 쓰이는 5호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 판매하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낑낑대던 참석자들, 구멍 손잡이에 "어 훨씬 편하네"

23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최기영(오른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신동근(다섯번째) 민주당 의원등이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 상자를 들어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23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최기영(오른쪽 네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신동근(다섯번째) 민주당 의원등이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 상자를 들어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날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소확행위원회 위원장, 이수진 총괄간사,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등도 서울중앙우체국을 찾았습니다. 구멍 손잡이가 달린 소포 상자를 보기 위해서였죠. 그 곁엔 집배원, 우체국 창구 직원들도 함께 자리했는데요.

23일 서울 서울중앙우체국 우편 창구에서 최기영(오른쪽에서 두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신동근(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구멍 손잡이가 없는 소포 상자와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 상자를 비교해 보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서울중앙우체국 우편 창구에서 최기영(오른쪽에서 두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신동근(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구멍 손잡이가 없는 소포 상자와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 상자를 비교해 보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손잡이 구멍이 없는 10kg 무게의 상자와 손잡이 구멍이 있는 10kg 상자 두 종류를 연달아 들며 비교 체험했습니다.

손잡이 구멍이 있으면 얼마나 다를까요? 무엇보다 불편해 보이는 모습으로 상자를 들던 사람들의 자세가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낑낑대며 손잡이 구멍이 없는 상자를 들던 신동근 위원장은 손잡이 구멍이 있는 상자를 들며 "어! 이게 훨씬 편하네"라고 감탄했습니다. 이수진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확실히 다릅니다"라고 말했고요.

상자 나르던 최기영 장관의 안경엔 습기 가득 차

23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최기영(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상자를 짐칸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최기영(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구멍 손잡이가 있는 소포상자를 짐칸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신동근 위원장은 소포상자를 배달 차량에 쌓는 발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어서 손잡이 구멍이 달린 소포상자를 짐 칸에 직접 옮겼는데요.

손잡이 구멍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 너무 많은 상자를 들어서일까? 체험을 마친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쁜 숨을 내쉬던 최 장관의 안경에 습기가 가득찼습니다. 최 장관이 안경을 벗고 인터뷰를 다시 진행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최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택배 물량이 급증했습니다. 우리 우체국도 마찬가지여서 택배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손잡이 구멍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제서야 상자에 구멍이 생긴 이유는?

23일 오전 서울 서울중앙우체국 발착장에서 한 집배원이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를 택배차량에 싣고 있다. 홍인기 기자

23일 오전 서울 서울중앙우체국 발착장에서 한 집배원이 구멍손잡이 소포상자를 택배차량에 싣고 있다. 홍인기 기자

우체국 소포 우편물은 접수에서 배달까지 평균 10회 정도 사람 손에 의해 옮겨집니다. 소포 1개가 집 앞까지 도착하기 위해선 10번 정도 상자를 들고 옮기는 노동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지난해 우체국에서 판매한 5호 상자(7kg 이상)는 370만개, 우체국 근무자들은 구멍이 없어서 들기 어렵고 미끄러운 상자를 매일 같이 옮기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는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뒤늦게서야 개선이 이뤄진 이유가 뭘까요?

권기선 우정본부 소포전자상거래과 사무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상자에 구멍을 뚫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우체국 직원들이 드는 것이기 때문에 상자에 구멍을 뚫어 보자고 결정했다"고 답했는데요.

상자에 구멍을 뚫으면 하중을 1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보도(한국일보 11월 8일 자)가 나갔을 때도 "손잡이 때문에 박스 찢어진다", "손잡이 사이로 먼지·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 등의 우려 섞인 댓글이 달렸습니다. 우정본부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했을까요?

반구멍·상자 재질 보강 등으로 문제 보완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5호 소포상장에 손잡이 구멍이 뚫린 모습. 구멍의 접힌 부분을 닫으면 어느 정도 고정이 돼 이물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5호 소포상장에 손잡이 구멍이 뚫린 모습. 구멍의 접힌 부분을 닫으면 어느 정도 고정이 돼 이물질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정본부에서 소포 상자에 구멍을 뚫자는 논의는 4개월 전 시작했습니다. 집배원과 창구 직원 등이 현장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듣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이후 상자 제작 업체와 협의에 들어갔는데요. 손잡이의 효과를 누리면서도 박스가 찢어지지 않게 하고 바깥에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서울중앙우체국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구멍을 뻥 뚫어서 완전히 비우기보다 접힌 형태로 해서 닫으면 어느 정도 고정이 되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손가락을 넣는 등 외부에서 충격을 주지 않으면 닫힌 채로 있다"라며 "자연스레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우정사업본부는 이물질 방지를 위해 반구멍 형태의 손잡이를 만들고, 손가락 4개만 딱 들어가도록 손잡이 구멍 크기를 최소화 했습니다. 구멍으로 인해 상자 지지력이 약해지는 것을 대비해 상자 재질을 보강했고요. 권 사무관에 따르면 재질을 보강하면서 공급 단가가 220원 가량(서울청 기준) 올랐지만 소비자 가격(1,700원)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추가 비용은 우정본부가 부담하기로 했고요

구멍 위치를 정할 땐 집배원들의 의견이 제각각이라 난항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구멍을 상자 위쪽에 뚫으면 허리를 덜 숙여도 돼 들기 편한 장점이 있죠. 하지만 지지도가 약해져 상자 위에 다른 물건을 쌓기 어렵게 되는 단점이 생깁니다. 권 사무관은 "조사를 하면서 상단 10㎝에 구멍을 뚫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우정본부, 구멍손잡이 상자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

9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상자 손잡이 설치와 작업환경 개선을 대형마트 업계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상자 손잡이 설치와 작업환경 개선을 대형마트 업계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체국 직원들 못지 않게 손잡이 구멍이 절실한 이들이 마트 노동자들이죠. 1년 넘도록 상자에 손잡이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이어왔습니다.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당사자가 아닌 분들은 다급하게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다"며 "마트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괴롭기 때문에 비용을 들이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회적으로 손잡이 구멍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마트 회사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에 자체브랜드(PB) 상품 상자에 단계적으로 손잡이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제출했습니다.

권 사무관은 "상자에 구멍이 뚫려 싫어하는 고객도 있을 거란 걸 안다"면서도 "직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시도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어 "고객들이 이 점을 알아주고 불편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며 "운영해보면서 상자 재질, 구멍 위치 등 부족한 점이 나오면 계속 바꿔 갈 생각이다"고 말했습니다.

상자에 손잡이 구멍을 뚫는 게 택배·마트 노동자의 근골격계 부담을 모두 덜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소포장 실시, 중량물을 드는 수직 높이 제한, 상자 운반 건수 제한 등 여러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중 박스 손잡이 구멍은 '가장 현실적이고 즉시 적용 가능한' 방안으로 꼽힙니다.

우정본부는 소포상자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강원에서 '구멍 손잡이' 상자를 먼저 판매하고, 내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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