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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로 남은 성악가

입력
2020.11.2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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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

메릴 스트리프의 열연이 돋보인 젱킨스의 전기영화 포스터. amazon.com

메릴 스트리프의 열연이 돋보인 젱킨스의 전기영화 포스터. amazon.com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Florence Foster Jenkins, 1868~ 1944)는 역대 최악의 성악가로 꼽힌다. 백견불여일문(百見不如一聞)! 일단 들어보자.

처음 듣는다면 예외없이 웃겠지만, 끝까지 듣기는 아마 힘들 테다. 성대를 쥐어짜는 안간힘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어쩌다, 삶이 자신을 속이려 들거나 한사코 밀쳐내려 할 때, 그의 노래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2016년 메릴 스트리프가 주연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어쩌면 그는 성공한 성악가였다.

그가 성악의 재능도, 실력도 없었다는 사실만큼이나 확실한 건 그가 성악을 사랑했다는 것이다. 의문은 그가 자기 실력을 정말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젱킨스는 직접 노래한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다른 성악가들의 노래를 듣는 데 썼고, 재능 있는 가난한 음악인들을 발굴해 육성했다. 저명 성악 발성 트레이너라는 빌 슈만(Bill Schuman)은 2016년 NPR 인터뷰에서 젱킨스는 "대단히 영민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젱킨스가 후원한 성악가 중 한 명인 슈만의 스승 루이스 빅포드(Louise F. Bickford)가 '플로렌스가 장난치는 것'이라고 '그는 관객의 반응을 즐겼고, 노래를 사랑했던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자기 실력을 알면서 어떻게 그리 진지하게, 초대손님과 즐긴 무료 공연이었다지만 호화로운 공연장을 빌려 정기 콘서트를 열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사로잡힌 뉴욕 시민들의 요청으로 1944년 10월 25일 카네기홀에서 유료 초청 공연을 갖기도 했다. 입장권은 공연 2주 전 2,8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젱킨스는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해 어려선 피아노 신동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불운한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 뒤 부모가 남긴 막대한 유산으로 삶을 누렸다. 그는 꿈의 무대인 카네기 공연 뒤 11월 25일까지 만 한 달을 살고 다음날 별세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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