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21일 밤 4박6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권인숙 남인순 민병덕(이상 더불어민주당), 양금희 이용(이상 국민의힘) 의원이 동행했다. 국회의원들의 인도네시아 입국은 지난해 9월 발리에서 열린 세계의회포럼 이후 1년여만이다. 국회는 여성 최초 부의장의 첫 해외 출장지가 인도네시아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임을 일깨운 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의 첫 일정이 반둥 1박2일(22~23일) 관광이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카르타에서 150㎞ 정도 떨어진 반둥은 활화산 탕쿠반프라후와 분화구 호수 카와푸티, 온천, 수상시장 등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아울러 반둥은 1955년 아시아, 아프리카 등 29개국이 반(反)제국주의 기치 아래 민족 독립, 인종 평등, 세계 평화, 주권 존중 등 평화 10원칙을 결의한 '반둥회의'가 열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매일 3,000~4,000명씩 늘며 50만명을 넘었을 정도로 방역이 취약하다. 특히 반둥은 요즘 감염자가 급증해 일부 지역이 '레드 존(고위험군)'에 포함됐다. 현지에서 오래 산 교민들조차 장거리 이동을 꺼리고, 국민들의 해외 여행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의원들의 첫 행보는 가벼운 처신이다. 휴일이 낀 관광이 해외 출장의 관행이라고 할지라도 때를 살펴야 했다. 더구나 공무상 이유로 자가격리가 면제됐던 걸 감안하면 자중해야 했다.
물론 이후 25일까지 현지 국회 부의장 및 여성 의원 모임 간담회, 아세안 10개국 대사 면담, 현대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 방문, 동포 및 기업인 만남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고 해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이번 출장은 동포들 얘기를 경청하고 현지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는 의회 외교의 성과를 스스로 깎아 내린 결과를 초래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국민을 대표해 국민의 세금으로 온 해외 출장 아닌가. 때가 엄중할수록 처신도 무거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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