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왕중왕전인 ATP 파이널스를 끝으로 2020년 테니스 대회가 막을 내렸다. 굵직한 대회 타이틀을 세계랭킹 1~4위가 사이좋게 나눠가진 가운데, 시즌 막판 탄력받은 세계랭킹 4위 다닐 메드베데프(24·러시아)가 세계랭킹 1~3위를 차례대로 꺾고 왕중왕에 등극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메드베데프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오투 아레나에서 열린 ATP투어 니토 ATP 파이널스(총상금 570만 달러)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3위 도미니크 팀(27·오스트리아)을 2-1(4-6 7-6<7-2> 6-4)로 꺾었다. 우승상금은 156만4,000달러(약 17억5,000만원)다.
올 시즌은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이후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은 여름이 아닌 가을에 열리게 됐고,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75년 만에 취소됐다. 일부 선수들은 8월에 투어가 재개된 이후에도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출전을 포기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테니스 빅2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 호주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는 올해 치른 46경기에서 무려 41승을 기록하며 연말에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조코비치에게 선두를 내어주고 클레이코트에서 1년 4개월 만에 패배도 맛본 2위 라파엘 나달(34·스페인)은 자신의 텃밭인 프랑스오픈만큼은 놓치지 않았다. 빅3 중 로저 페더러(39·스위스)만 부상으로 일찍이 시즌아웃돼 세계랭킹이 한 단계 떨어져 5위를 기록 중이다.
20대 선수들의 세대교체 시도도 매서웠다.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와 우승을 놓고 다퉜던 팀은 조코비치가 선심의 목을 공으로 맞추고 실격패한 틈을 타 US오픈 왕좌를 꿰찼다. 비록 8위 안드레이 루블레프(23·러시아)는 그랜드슬램 타이틀은 따지 못했지만 무려 5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해 최다 우승을 기록했다. 2위는 4회 우승한 조코비치다.
여기에 메드베데프까지 출전한 두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따내면서 급부상했다. 차세대 테니스 선두주자 메드베데프는 지난달 9일 끝난 파리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올해 첫 우승을 기록했다. 상승세를 탄 그는 ATP 파이널스 조별리그에서 조코비치를 2-0으로 꺾고 준결승전을 확정지었고, 준결승에선 나달에게 2-1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팀에게 2-1 승리를 거둔 메드베데프는 이 대회에서 세계 1~3위 선수를 모두 꺾고 우승한 첫 선수가 됐다.
메드베데프는 ATP투어를 통해 “도미니크가 거친 테니스를 구사하는 선수라,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승리가 아니었을까 싶다”면서 “테니스 톱3와 경기를 치르는 건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경기가 잘 풀리고, 체력과 정신이 모두 건강할 때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였다”며 “파리 마스터즈 이전 대회들에서도 열심히 했지만 우승을 하진 못했는데, 파리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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