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서 통산 12승째
시즌 2승으로 상금·올해의 선수·평균타수 선두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타이거 우즈(45ㆍ미국)의 붉은 셔츠 돌풍이 잠잠한 사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김세영(27ㆍ미래에셋)이 빨간 바지에 이어 빨간 스커트를 입고 거센 돌풍을 이어갔다. 최종 라운드마다 붉은 셔츠를 입던 우즈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빨간 바지를 입었다는 김세영은 올해 우즈 보란 듯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2승째를 거뒀다. 최근엔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마이클 조던(57)의 ‘위닝 멘털리티’까지 장착하면서 2020 시즌 LPGA 무대를 '접수'할 기세다.
김세영은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의 펠리컨 골프클럽(파70ㆍ6,03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이븐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2위 앨리 맥도널드(28ㆍ미국)를 3타 차로 제친 완승이었다. 전날까지 5타 차로 여유 있는 단독 1위를 달린 김세영은 이날 9번 홀(파3) 보기로 맥도널드와 격차가 3타까지 좁혀지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 18번 홀까지 이 격차로 끝났다.
도쿄올림픽 메달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올해를 시작한 김세영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큰 변수였다. 올림픽이 1년 연기되고, LPGA 투어 개막도 기약 없이 미뤄졌지만 김세영은 국내에서 실력을 가다듬으며 차근히 LPGA 무대 복귀를 준비했다. 그는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가장 큰 목표를 올해 ‘위시리스트(wish list)’였던 세계랭킹 1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의 목표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고진영(25ㆍ솔레어)이 굳게 지키고 있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지가 눈앞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약 1년 만에 LPGA 무대에 복귀한 고진영은 공동 34위에 머물렀다. 이날까지 고진영이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평점 7.90, 김세영 6.87로 1.03점 차였지만 이번 대회 결과로 더 좁혀진다. 김세영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이 예정된 12월에도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2020년은 ‘김세영 천하’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김세영은 상금과 평균타수, 올해의 선수까지 LPGA 개인타이틀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있다.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추가한 김세영은 시즌 누적상금 113만3,219달러로 이 부문 1위가 됐다. 106만6,520달러 상금 1위였던 박인비(32ㆍKB금융그룹)가 아직 LPGA 무대에 복귀하지 않으면서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김세영은 포인트 30점을 추가해 106점이 되면서 1위였던 박인비(90점)를 추월했다. 다승 부문에서도 이전까지 유일한 다승자였던 미국 교포 대니엘 강(28)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 우승이 놀라운 대목은 한 달 여의 휴식 후 LPGA 무대에 복귀한 첫 경기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김세영은 지난달 중순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곧장 한국으로 돌아와 2주간 자가격리를 후 휴식을 취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김세영은 “한국 입국 후 2주 자가격리 기간에는 골프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쉬면서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쪽에 집중했다”며 “메이저 우승 후 처음 나온 대회에서 통산 12승째를 따내 기쁘다”고 했다.
남은 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조던의 선수 시절을 담은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를 보며 ‘위닝 멘털리티’를 다지고 있다는 그는 김세영은 “우승하고 나면 자신감이 더 생기기 마련”이라며 “US오픈이 코스가 어렵지만 최근 2개 대회 우승의 기운을 이어간다면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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