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수도권 2단계, 호남권 1.5단계로 거리두기 격상

"상황 심각, 준비 기간 필요, 수능 열흘 고려"
2단계 강화로 일상 생활 또 주춤, 경제 타격
"격상 효과 두드러지지 않을 수도" 우려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수도권과 호남권에 대한 거리두기 단계를 각각 2단계와 1.5단계로 격상하는 내용의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차단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4일 0시부터 각각 2단계와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연일 300명대를 웃도는 등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유행이 급속도로 전파돼 전국적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상황의 심각성, 거리두기 상향 조정에 필요한 준비시간과 열흘 정도 남은 대학수학능력시험(12월 3일)을 고려해 한시라도 빨리 감염 확산을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도권 2단계, 호남권 1.5단계 거리두기는 24일 0시부터 내달 7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2월 대구·경북, 8월 수도권 등에 이어 현재의 상황을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보고 있다. 박 차장은 "현재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다"며 "자칫 2~3월 유행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대규모 확산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0명을 기록, 일일 확진자 수는 닷새째 300명을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1주(11월 15~21일) 일 평균 국내 발생 환자 수는 255.6명으로, 전주(11월 8~14일) 122.4명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일일 확진자도 같은 기간 43.4명에서 67.4명으로 24명 증가했다. 소규모 집단감염도 잇따라 최근 2주 동안에만 총 62개가 발생했다. 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감염재생산지수(R0·확진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도 빠르게 상승하며 같은 기간 1.1명에서 1.6명까지 치솟았다.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는 △유행지역 1.5단계 실시 1주 경과 후에도 주평균 하루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거나(호남권 30명) △2개 이상 권역에서 1.5단계 유행이 1주 이상 지속될 때 △전국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을 초과하는 상황이 1주 이상 지속될 때 중 한 가지만 충족돼도 적용 가능하다. 이번에 단계가 격상되는 수도권과 호남권 모두 2단계 격상 충족 조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차장은 "현재 추세로 보면 수도권은 24일에 일일 200명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광주·호남권도 1.5단계 기준을 충족해 가고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과 거리두기 상향 조정에 필요한 준비시간을 고려할 때 2,3일 내 충족될 단계 격상기준을 기다릴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전날 기준 충남 천안·아산시, 강원 원주시와 철원군, 전남 광양·여수·목포시와 무안군 삼향읍, 경기 고양시, 광주광역시, 경남 하동군 등 20개 시도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1.5 또는 2단계로 격상했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클럽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콜라텍,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에 사실상 영업이 금지되는 집합금지 조치가 실시된다. 헬스장, 당구장,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고, 내부 음식 섭취도 금지된다. 음식점도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하고, 프랜차이즈형 음료전문점을 비롯한 모든 카페는 영업시간 전체에 대해 시설 내 식음료 섭취가 금지된다. 10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돼,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등에도 적용된다. 스포츠 관람은 경기장별 수용 가능인원의 10%로 제한된다. 국공립시설 가운데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는 운영을 중단하고, 그 외 시설은 이용인원을 30% 이내로 제한한다.

등교는 밀집도 3분의 1(고등학교는 3분의 2)이 권고됐다. 다만 2단계에서는 탄력적 학사 운영 등으로 최대 3분의2 내에서 운영이 가능하지만 교육부와 서울·경기교육청은 이날 3분의 1을 준수하도록 사실상 요구했다. 종교활동은 정규예배와 미사, 법회, 시일식 등을 할 때 좌석 수의 20% 이내만 참석 가능하며, 모임 및 식사는 금지된다.

정부가 이달 초 발행했던 소비쿠폰도 2단계 조치에 따라 잠정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소비쿠폰은 2단계 조치로 잠정 중단한다는 방향 하에서 어떻게 중단할 지 등을 놓고 관계 부처들 간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격상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단계 격상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상황을 보면 3단계로 바로 가도 무리가 없을 정도인데 망설이다 일을 키웠다"며 "지금은 계절적 요인이나 느슨해진 경계심 등으로 인해 단계를 높여도 3,4월 때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